롤러코스터 탄 美증시…비둘기 성명 후 매를 든 '파월 효과' [정인설의 Eye Fed]

입력 2021-09-23 05:39
수정 2021-09-30 12:04

"비둘기로 시작해 매로 마무리했다."

22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시장의 움직임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이날 오후 2시 미국 중앙은행(Fed)이 9월 FOMC를 끝내고 성명서를 발표할 때만 해도 시장 참가자들은 Fed가 금융완화 정책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봤다.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을 곧 시작할 것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구체적 시점을 공개하지 않아 예상보다 착수 시기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게다가 Fed는 성명서에서 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는 신호를 잇따라 줬다.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7.0%에서 5.9%로 1.1%포인트 내렸다. 올해 실업률도 6월에 4.5% 전망했다가 이번에 4.8%로 상향조정했다.

금리 인상 시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FOMC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나타낸 점도표에서도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종전과 동일하게 2023년으로 나왔다.

미국 다우지수는 오후 2시 이후 급등했다. 전날보다 1.5% 이상 올라 3만4437 선을 넘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FOMC 성명서 발표 뒤 연 1.29%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30분 뒤인 오후 2시반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나타난 뒤 시장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시장 예상보다 파월 의장의 발언 강도가 세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성명서 발표 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경기가 정상적인 속도로 회복되면 2022년 중반까지 이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테이퍼링 시작 시점은 올해 11월이후로 보고 마무리 시기는 내년 말 정도로 예상했었다.

고용 시장에 대한 파월 의장의 판단도 시장 예상과는 온도 차가 있었다. 파월 의장은 그동안 물가는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지만 고용 시장 회복은 더디다고 얘기해왔다.

그러나 이날 파월 의장은 "많은 위원들이 미국 고용 시장에서 Fed가 정한 실질적인 추가 진전의 기준을 충족시켰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가 내년부터 오를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 것이다. 실제 이번 FOMC의 점도표에서 내년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위원 수가 전체 18명(1명 공석) 중 절반인 9명이었다. 지난 6월엔 7명이었다.

이 때부터 지수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다우지수는 순식간에 고점에서 0.5%이상 빠지면서 상승분을 줄였다. 국채 10년물 금리도 1.29%에서 1.33% 이상으로 치솟았다.

장 막판에 가서 다시 파월 의장의 발언이 원론적인 내용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시장은 다시 차분해졌다.

전문가들은 Fed 정책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지적한다. 로렌스 길럼 LPL파이낸셜 스트래티스트는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Fed의 중장기 정책 경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점도표 상의 단기금리 행로를 알리는 신호는 위원들 간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며 "향후 파월 의장의 연임과 FOMC의 구성이 통화정책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