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금융, 전력 등 기간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일본 3대 메가뱅크(초대형 은행) 가운데 하나인 미즈호은행의 전산시스템이 사상 처음으로 정부의 직접 관리를 받게 됐다. 일본 최대 전력회사인 도쿄전력은 테러 대비책 결함 때문에 경영진이 중징계를 받았다.
일본 금융청은 23일 올 들어서만 7차례 장애가 발생한 미즈호은행의 전산시스템을 정부가 관리하도록 하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메가뱅크의 전산시스템을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오작동, 인터넷뱅킹 중단 등 사고가 올 2월 이후 7차례나 이어졌다.
사카이 다쓰후미 미즈호파이낸셜그룹 사장과 후지와라 고지 미즈호 은행장이 4개월 동안 급여의 절반을 반납하는 ‘수습책’을 내놓은 6월 이후에도 장애가 발생했다. 미즈호은행은 여전히 장애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청은 미즈호은행의 통합 전산시스템인 ‘미노리’ 개발 과정에서의 난맥을 장애 원인으로 보고 있다. 미즈호은행이 2019년 4500억엔(약 4조8274억원)을 들여 미노리를 개발할 당시 후지쓰, 히타치, 일본IBM, NTT 등 일본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대부분이 참여했다. 미즈호은행의 전신인 3개 은행(다이이치칸교은행, 후지은행, 일본흥업은행) 관계자들이 과거에 거래하던 기업을 모두 참여시킨 결과였다. IT 회사 한 곳이 핵심 전산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는 관행과 달리 여러 곳이 참여하면서 결함이 다수 생겼다는 추측이다.
한편 도쿄전력은 니가타현 가시와자키·가리와원전의 관리 부실 책임을 물어 고바야카와 도모아키 도쿄전력 사장과 담당 임원에게 3개월간 급여를 30% 감봉하는 징계를 내렸다. 또 원자력·입지본부장을 해임하고 가시와자키·가리와원전 소장을 직위해제했다. 가시와자키·가리와원전에서는 올초 직원이 타인의 신분증(ID) 카드로 중앙제어실에 부정 출입하는 등 테러에 대비해 무단 침입자를 탐지하는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도쿄전력은 해당 원전의 테러대책 조사 보고서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제출했다.
원자력규제위는 앞으로 최장 1년간 현장을 조사한 뒤 원전 재가동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내년부터 원전을 재가동해 1기당 연간 500억엔의 이익을 내겠다는 도쿄전력의 계획도 틀어지게 됐다. 도쿄전력은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원전의 운영사로 16조엔을 사고처리 비용으로 부담해야 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