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토종 체외진단업체 휴마시스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항원 진단키트를 미국 국방부에 대량 공급한다. 내년 9월까지 최대 7380억원어치를 공급할 것으로 기대된다.
셀트리온은 23일 미국 국방부 산하 조달청(DLA)이 시행한 코로나19 진단키트 구매 공공입찰에서 공급사로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원 신속진단키트 ‘디아트러스트’(사진)를 다음달 1일부터 군 시설과 요양원, 지역 검사소, 주요 시설물 등 미국 내 2만5000개 지정 조달처에 공급할 예정이다. 현지 유통은 미국 자회사인 셀트리온USA가 맡는다. 셀트리온이 계약 만료 시점인 내년 9월 16일까지 공급하는 규모는 최대 7382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디아트러스트의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았다.
셀트리온은 작년 말 미국 프라임헬스케어와 같은 제품을 2400억원 규모로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번 계약은 규모가 당초 계약의 세 배에 달하는 데다 민간이 아닌, 미국 정부가 시행한 공공입찰 계약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미국산 우선 구매법이 적용된 상황에서 계약을 따냈다”며 “까다로운 미국 국방부 조달사업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술력과 공급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했다.
셀트리온이 이번에 수주한 공급 규모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애보트의 수주 물량(약 6500억원)보다 많다.
셀트리온은 미 국방부의 코로나19 진단키트 발주 물량 수주를 위해 주한미군부터 공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주둔하는 미군 부대에 테스트용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성공적으로 납품하면 미국 국방부에까지 긍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전략이었다. 셀트리온은 주한미군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공급하는 계약을 따낸 뒤에도 긴급 추가주문이 들어오면 하루 만에 수천 개 물량을 즉시 준비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공을 들였다. 주한미군 납품이 성공적으로 이뤄지자 미 국방부 조달청이 셀트리온 측에 먼저 공공입찰 참여를 요청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