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고객이 감정 이입하는 브랜드만이 생존

입력 2021-09-23 18:15
수정 2022-03-23 12:21
2015년 설립된 미국 친환경 패션 스타트업 올버즈는 모든 신발을 원사가 아니라 양털, 유칼립투스 등 천연재료를 통해 제작한다. 양털로 만든 소재는 극도의 편안함을 추구했고, 단순한 디자인은 운동할 때부터 출근할 때와 저녁 약속까지 계속 신어도 모든 상황에 두루 어울리게 했다. ‘온통 새뿐(all birds)’이라는 이름은 친환경이라는 방향성과 편안함이라는 편익을 긴밀하게 연결했다. 올버즈는 감성과 기능성 모두로 사람들을 매료시키면서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업계의 ‘비공식 유니폼’이라고 불릴 만큼 큰 성공을 거뒀다.

오늘날처럼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이 넓은 시장에서 신생 브랜드를 안착시키기란 쉽지 않다. 브랜드는 단지 아름다운 껍데기가 아니라 기업 그 자체가 돼야 한다. 미국의 스타트업 전문 브랜딩 기업 레드앤틀러의 공동 창업자인 에밀리 헤이워드는 《미치게 만드는 브랜드》에서 스포티파이, 에어비앤비, 에버레인 등 산업을 바꾸고 삶의 일부로 자리잡는 데 성공한 브랜드들의 비결을 소개한다.

매력적인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소비자가 브랜드에 자신의 정체성을 이입한다는 것이다. 애플 노트북과 아이폰, 에어팟을 쓰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은근히 드러내듯이 말이다. 패션 브랜드 에버레인은 극도의 투명성을 통해 자기 옷이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염려하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에버레인은 티셔츠 생산 원가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직물 염색 공장에 고객을 초대했다. 블랙프라이데이 땐 세일 대신 사회공헌기금을 마련하며 광적인 소비지상주의를 은근히 비판했다. 브랜드에 품질과 사명감을 각인시키며 소비자들이 에버레인을 입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성공한 브랜드들은 업계의 규칙을 새롭게 정의하는 대담한 선택을 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침대 매트리스 스타트업 캐스퍼는 편안한 잠자리를 강조하는 기존 브랜드와 다른 전략을 취했다. 잠을 잘 자면 삶이 더욱 활기차게 된다는 콘셉트에 집중했다. 의식 없이 잠자는 시간보다 깨어 있는 순간이 더 중요하다는 것. 침대의 통념을 깬 전략이 큰 성공을 가져다줬다. 저자는 “규칙을 깰 때 요란을 떨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을 위해 어디에서 어떻게 깰지 계산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