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장동 11만% 수익 특검해야" vs 李 "국힘 연루된 토건 게이트"

입력 2021-09-22 17:15
수정 2021-09-23 00:52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시절인 2015년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성남 판교 대장지구 도시개발사업)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개발업체와 투자자가 엄청난 수익을 낸 배경엔 이 지사가 개입한 권력형 비리가 자리잡고 있다”며 특별검사 임명을 공언하고 나섰다. 반면 이 지사 측은 이번 사건을 국민의힘과 토건세력이 합작한 ‘토건 게이트’로 규정하는 동시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등 민주당 경쟁자로 화살을 돌렸다. 野 “이재명, 특검 받아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대장동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 발의와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이를 거부한다면 이재명 후보는 숨겨야 할 커다란 비리가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 처리를 추진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의석수는 103석에 불과해 단독 처리는 어렵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30여 명 수준인 민주당 내 이낙연계 의원 등이 가세하면 통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야권 주자들도 대장동 의혹에 대해 일제히 진상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날 “국민 상당수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특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과 법무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감사원, 그리고 청와대의 국가 사정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에서 특검법을 제출하면 민주당은 차기 대선을 위해서라도 그걸 받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차기 대선은 대장동 비리 대선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 측은 수사에는 응하겠다면서도 야당의 특검 요구에는 강력 반발했다. 이재명 캠프의 박주민 총괄선대본부장은 “국민의힘의 특검과 국정조사 요구에 반대한다”며 “특히 국민의힘은 곽상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에 근무했고 원유철 전 의원이 고문이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났는데, 본인들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전혀 밝히지 않고 근거도 없이 허무맹랑한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고 반발했다. 李측 “개발업체가 이익·손해 모두 책임”이 지사 측은 야권과 언론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언론인 출신 김모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와 투자자들(천화동인 1~7호)은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에 3억5000만원을 자본금으로 출자한 뒤 지난 3년간 4040억원의 배당금을 받아갔다. 야권이 “무려 11만%라는 단기간에 상상할 수도 없는 수익률에 회사의 지분구조 또한 정상적 투자로 보이지 않는다”(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고 비판하는 배경이다.

이에 이 지사 측은 “자본금과 투자금을 구분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화천대유의 자본금이 5000만원일 뿐이고 금융회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7000억원이 성사될 때까지 투입한 자금만 약 35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자 수익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재명 캠프의 김병욱 직능총괄본부장은 “투자 형태를 위험에 대한 선호도로 구분하면 성남시는 위험 중립형, 금융회사들은 회피형, 화천대유는 선호형이었다”며 “성남시는 개발이익 중 5500억원에 대한 확정배당을, 은행은 수수료와 이자를 원한 반면 화천대유는 이익과 손해를 모두 책임지는 구조로 짜여졌다”고 했다.

하지만 성남시가 인허가권을 쥔 사업인 만큼 성남의뜰의 위험 부담이 크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특히 화천대유 측이 얻은 수익이 이 지사 측으로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도 관심이다. 이 지사는 지난 19일 TV 토론회에서 “1원이라도 받았다면 후보와 공직에서 사퇴하겠다”고 했다.

사업비 1조원이 넘는 대장동 개발사업자 선정이 ‘속전속결’식으로 이뤄진 점도 논란이다.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민간사업자 공모 공고 21시간 만에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다. 사업계획서 평가·배점 기준 중 ‘자산관리회사 설립 및 운영 계획’에 배정된 20점을 화천대유만 단독으로 받고, 당시 경합했던 다른 두 곳의 컨소시엄은 이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또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계획서 내외부 평가 과정에 공사 임직원이 관여해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보안을 위해 신속하게 평가했으며 법·절차상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권순일 전 대법관과 박영수 특검 등 고위 법조인 연루 의혹도 쟁점이다. 화천대유는 지난해 10월 권 전 대법관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권 전 대법관은 그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지사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 판결을 내렸을 때 무죄 취지 의견을 낸 인물이다. 이에 대해 화천대유는 “법조기자로 오래 활동했던 대주주 김씨와의 인연으로 영입했을 뿐 (로비 의혹 등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재명 캠프의 김영진 상황실장은 “개인적 인연에 의해 자기 사업의 이익을 위해 했던 자문변호사 구성까지 성남시장이 알 필요는 없는 내용”이라고 했다. 이낙연에는 “수박 기득권” 공세이 지사는 지난 21일 이 전 대표를 겨냥해 “당시 (대장동) 집값이 두 배로 오를 걸 예측 못하고 더 환수 못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며 “부동산 정책을 잘못해 집값 폭등으로 예상 개발이익을 두 배 이상으로 만든 당사자께서 하실 말씀은 아닌 듯하다”고 공세를 펴기도 했다.

대장동 개발 당시 상황을 거론하며 “저에게 공영개발을 포기하라고 넌지시 압력을 가하던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이낙연 캠프의 이병훈 대변인은 “수박이란 표현은 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일베)에서 시작된 용어이고, 호남을 비하·배제하는 것”이라며 “사실관계도 맞지 않고, 민주당 후보가 해선 안 될 혐오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캠프의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과거 민간의 영역이라며 공영 개발을 저지하던 이들이 왜 다시 ‘민간이 이익을 얻었냐’며 일관되지 못한 발언을 하고 있다”고 했다.

오형주/이동훈/전범진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