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등 손해보험 상위 5개사 합산 당기순이익(별도 기준)은 1조8000억원으로 반기 만에 지난해 연간 이익의 87%를 달성했다.
실적 호조의 배경은 보험 영업이익이 늘었기 때문이다. 자동차 보험 부문에서 보험료 인상 효과가 반영되며 손해율이 크게 개선됐다. 올해부터 판매수수료 체계가 개편돼 신계약 확대를 위한 사업비 경쟁이 줄면서 장기 보험 수익성도 좋아졌다. 삼성화재의 경우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대규모 특별배당 수익 영향도 있었다.
하반기는 자연재해가 많아지는 시기다. 배당수익도 줄어드는 만큼 상반기 수준의 높은 실적을 달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하반기에도 전년 대비 실적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7월 가마감 자동차 손해율은 평균 79%로 전월 대비 약 2%포인트 상승하고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약 6%포인트 개선됐다. 보장성 신계약 규모가 줄어들면서 장기 보험 사업 비율도 개선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6월은 7월 새로운 실손보험 출시 전 판매가 일시적으로 크게 늘었다. 하반기에는 신계약 규모가 줄면서 신계약비 또한 감소할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도 줄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금 청구가 소폭이나마 줄어들 개연성도 적지 않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유니버스 손해보험 5개사 합산 순이익이 전년 대비 35.8%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내년은 올해와 비교해 손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자동차 보험료 인상 효과가 소멸되는 만큼 추가 개선 여력은 제한적이다. 실손보험을 중심으로 장기 보험 수지는 구조적으로 둔화 압력이 높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은 더 이상 보험사의 단기 손익에 있지 않다. 2023년 ‘IFRS17’이라는 새로운 보험회계 제도가 도입되고, 내년부터 관련 재무 영향에 대한 공시가 구체화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현(現) 회계기준과 신(新) 회계기준 각각에 맞춰 비교 재무제표를 작성하게 된다. 곧 바뀔 회계기준 상에서 다소간의 이익 증감 자체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IFRS17은 쉽게 말해 보유한 보험 계약들의 적정 가치를 시가로 평가해 이를 손익으로 인식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IFRS17 도입 시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전환 시점에 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이후 이익은 평탄화될 전망이다. 아직 세부 기준들이 확정되지 않았고, 회사들도 구체적인 수치를 제공하고 있지 않기에 정확한 이익 증가 폭을 외부에서 추정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일부 손해보험사는 그동안 보고되던 손익의 앞자리가 바뀌는 수준으로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대규모 비용이 장기간에 걸쳐 분산되는 효과가 있고, 미래 예상 이익이 상각돼 인식되기 때문이다. 개념적으로 ‘미래 예상 이익의 합계×상각률=당기 보험이익’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같은 미래 예상 이익이 상당히 큰 수준으로 추정된다.
물론 IFRS17은 어디까지나 회계 기준이므로 바라보는 각도가 달라질 뿐 회사의 본질 가치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전환 시점에는 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존 회계기준과 같은 수준으로 귀결된다. 다만 미래 예상 이익이 나뉘어 당기 재무제표에 반영되므로 현재 투자자가 향유할 수 있는 이익(배당 포함)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점, 그리고 CSM(계약서비스마진) 규모로 알 수 있는 미래 예상 이익의 가시성이 높아지는 점 등이 현 투자자들에게 주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보험사 중에서는 대형 손해보험사에 관심을 둘 것을 추천한다. IFRS17 하에서 예상 이익은 가정에 근거하는 만큼 가정과 실질 간 차이로 초기 변동성은 확대될 수 있다.
가정에 대한 관리가 안정적이고 향후 신계약 확보 역량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대형사가 유리하다. 향후 장기선도금리(UFR) 등이 하향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금리 민감도가 높은 생명보험사보다는 손해보험사가 안정적이라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