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골프 인구가 급증하면서 골프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처음 골프장에 나갈 때 흔히 쓰는 “머리 올린다”라는 표현이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5일 방영된 JTBC ‘세리머니 클럽’에 출연한 이성경은 대화를 나누다 김종국이 “처음 머리 올릴 때 같이 가는 분들이 잘 알려줘야 한다”고 언급하자 “‘머리 올린다’는 표현의 말뜻을 알고(나선) 그 말을 안 쓴다”고 했다.
세리머니 클럽은 박세리 등이 출연하는 골프 토크쇼 성격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김종국은 처음 필드에 나서는 초보에게 함께 라운딩하는 사람들이 친절히 조언해주라는 취지로 말했지만, ‘머리 올린다’는 관용적 표현이 젠더 감수성 관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머리 올린다는 표현의 사전적 의미가 ‘어린 기생이 정식 기생이 됐다’는 뜻이란 이유다. 실제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어린 기생이 정식으로 기생이 되어 머리를 쪽 찌다” 또는 “여자가 시집을 가다” 등의 의미라고 설명돼 있다.
골프를 즐기는 여성 인구가 늘면서 골프가 ‘중년 남성의 스포츠’로 인식되던 그간 무심히 지나친 용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온 셈이다. 골프를 치는 한 40대 남성 직장인은 “자주 쓰는 표현인데 그런 뜻이 있는 줄은 몰랐다”고 귀띔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요새 잘 안 쓰는 용어” “쓰기 그렇다” “첫 라운딩이라고 하면 된다” 같이 문제 소지가 있는 표현이라면 굳이 쓰지 말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사회적으로 그렇게 표현이 굳어져 온 것일 뿐” “머리 올린다는 표현을 기생과 연관시킨 것은 폐쇄적 해석” 등 이미 통용되는 표현인 만큼 과잉반응 아니냐는 반론도 맞섰다.
《스윙은 생각이다》 《ing, 스윙 멈추지마라》 등의 공저자 이규승씨는 최근 블로그에 글을 올려 “‘머리 올리다’는 골퍼가 처음 필드에 나갈 때 하는 일상적 표현이지만, 그 말에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