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예정된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난데없이 과거 개봉한 영화가 소환되고 있습니다.
전여옥 전 국회의원은 지난 15일 SNS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장동 특혜 의혹'을 거론하면서 "이름하여 '대장동 개발사업' 아주 이상하기 짝이 없는 '아수라'의 악취가 풍긴다"라고 했습니다.
영화 아수라를 언급한 건데요.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는 2016년 개봉했습니다. 가상의 도시 안남시를 배경으로 부패한 박성배(황정민)와 시장의 비리를 캐내려는 검사 김차인(곽도원), 그사이에 낀 형사 한도경(정우성)의 물고 물리는 이야기입니다. 영화에서는 안남시의 부동산 개발사업과 이를 통해 시장 박성배가 각종 이권을 챙기고 범죄를 서슴지 않는 모습을 그립니다.
민주당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 영화 내부자들의 부패 정치인 장필우와 겹친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을 향해 "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는 대선 후보 장필우처럼 'X라 고독하구만' 대사를 반복하며 소주 드실 날이 머지않았다"라고 했습니다.
우민호 감독의 영화 내부자들은 2015년 개봉했습니다. 기 의원이 언급한 장필우는 부패 정치인으로 재계, 언론과 결탁해 대권을 넘봅니다. 과거 조폭과의 전쟁에서 이름을 날린 검사 출신이기도 합니다. 장필우는 결국 각종 비리가 드러나 파멸의 길을 걷습니다. 기 의원 말대로 영화 말미에 쓸쓸하게 소주를 마시며 "X라 고독하구만"이란 대사를 내뱉습니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정치 권력의 부패를 다루고 있는 건데요.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런 영화들이 주목을 받는 현실이 씁쓸합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