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주식·펀드 처분한다지만…美 Fed 위원들 '이해상충 논란' 여전

입력 2021-09-17 16:05
수정 2021-09-18 01:01
미국 중앙은행(Fed)의 구성원으로 통화 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이 주식과 펀드에 거액을 투자해 ‘이해 상충’ 논란을 빚었다. 당사자들은 해당 주식을 처분키로 하고, Fed는 윤리 규정 재검토에 들어갔지만 뒤늦게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는 지난해 애플과 아마존 등에 100만달러(약 11억7000만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연은 총재도 화이자와 셰브런 등의 주식을 매매하고, 4개의 부동산투자신탁 펀드에 투자했다. 개별 상품 투자액은 수만~수십만달러에 달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연은 총재는 코카콜라 주식 50만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에너지 회사 관련 펀드에 1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신고했다.

지역 연방은행 총재의 주식 투자는 불법은 아니지만 윤리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견해가 많다. 미국의 통화 정책을 담당하는 Fed 일원으로 이해 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12개 지역 연방은행 총재는 2~3년에 한 번씩 통화 정책 결정 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으로 참여한다. 게다가 Fed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1년여간 금융 완화 정책을 펼쳐 결과적으로 자산 가격을 올렸는데 그 과정에서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이 개인적 이익을 얻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카플란 총재와 로젠그렌 총재는 이달 말까지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하겠다고 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고위직 인사의 금융 거래에 관한 윤리 규정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치권도 움직였다. 월가에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월가의 저승사자’로 통하는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날 12개 지역 연방은행 총재에게 개별 주식 거래를 금지하는 규정을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워런 의원은 “Fed 고위직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정보 접근성을 고려할 때 주식 거래는 이해 충돌 우려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