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론 잠잠, 공급 늘어나자…세종 집값 8주째 하락

입력 2021-09-17 16:08
수정 2021-09-29 18:44

세종 아파트값이 전국에서 ‘나홀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국회 이전설 등으로 집값이 폭등했으나 이전설이 잠잠해지고 공급이 쏟아지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다.

17일 한국부동산원 9월 둘째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주 세종 아파트 가격은 0.01% 내렸다. 전국 17개 특별시·광역시·도 중 유일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은 지난 7월 넷째주(-0.09%) 이후 8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세종 아파트 시장은 지난해와 정반대 분위기다. 세종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41.78% 올라 전국에서 상승률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평균 가격이 같은 기간 3억7303만원에서 5억3827만원으로 올라 한 해 동안 앞 자릿수를 두 번 갈아치웠다. 지난해 7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김태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를 모두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뒤 천도론이 불거지며 집값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그러나 최근 천도론이 잠잠해지고 공급이 쏟아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단기 급등에 대한 피로가 쌓인 데다 올 들어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세종 아파트 입주 물량은 7668가구(부동산114 기준)로, 지난해(5655가구)보다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세종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8.7로 집계됐다. 5월(96.9) 이후 4개월 연속 기준선인 100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100)보다 숫자가 작을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뜻이다.

현장에선 매물이 늘어나고 직전 최고가보다 1억원 이상 떨어진 거래가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세종 아파트 매물은 총 4184건으로, 지난해 같은 날(2580건)에 비해 약 62% 늘었다. 세종시 새롬동 ‘새뜸10단지 더샵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이달 6일 10억4500만원에 손바뀜했다. 4월 신고가(11억9500만원)에 비해 5개월 만에 1억원 넘게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세종 아파트값이 약보합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예정된 입주 물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3차 신규 택지 공급계획에도 세종시 일대가 포함되는 등 주택 공급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서다. 정부는 세종시 연기면에 6000가구, 조치원읍·연서면 일대에 7000가구, 대전 죽동2지구에 7000가구 등 2만 가구 공급계획을 내놨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대규모 주택 공급이 예정돼 있어 세종 집값이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천도론이나 추가 개발 이슈 등이 거론되면 과열 현상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