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6일 윤석열 후보를 향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에 대해 과잉 수사를 했다"라고 발언했다 파문이 일자 "국민들이 가혹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 제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홍 후보는 이날 후보 8명이 맞붙은 TV 토론에서 "(조국) 수사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고 과잉 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모든 가족을 도륙하는 수사는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하태경 후보가 홍 후보를 향해 "박지원 국정원장의 심각한 정치 개입 발언에 대해 한마디도 비판을 안 한다"며 "민주당 대변인이랑 똑같다"고 비판한 뒤 불거졌다.
◆ 하태경 "개인이 잘못했으면 개인이 책임져야"
하 후보는 "홍 후보 페이스북을 조국 교수 페이스북에 공유하고, 같이 두둔하고, 조국 교수와 썸타고 있다"면서 "(홍준표 후보는) '조국 가족 수사는 과잉 수사다', '집요하게 조국 동생 구속하고 심하게 했다', '목표가 조국 퇴진이니까 정치 수사한 거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정경심 사랑해', '조국 지켜라' 그분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한 게 놀랍다. 어떻게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나. 조국 수사가 잘못됐냐"고 물었다.
이에 홍 후보는 "나는 잘못된 걸 보면 피아를 가리지 않는다. 우리 편이라도 잘못된 걸 보면 지적을 하고 남의 편이라도 잘된 것은 칭찬한다"며 "수사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고 과잉 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모든 가족을 도륙하는 수사는 없다"고 대답했다.
이에 원희룡 후보 또한 홍 후보를 향해 "조국 가족 수사에 대해 '도륙을 했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정경심 교수가 2심에서 유죄에다가 실형 판결까지 나왔는데 아직도 도륙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홍 후보는 "조국이라는 사람이 '내 가족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들어갈 테니 내 가족은 건드리지 말아라' 그렇게 윤석열한테 이야기하고 자기가 들어갔으면 가족 전체가 들어갈 필요가 없었던 사건 아니냐"며 "말하자면 부인, 딸, 동생, 사촌, 조국 본인까지 가족 전체가 들어갔다"라고 답했다.
이런 발언에 하 후보는 "가장이라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 것을 보고 조선 시대 경국대전에 나오는 법의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개인이 잘못했으면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자유민주 사회 헌법적 원칙"이라고 비판했다.
◆ 유승민 "조국이 책임진다고 정경심 불법 어떻게 봐주나"
유승민 후보는 이날 TV 토론이 끝나고 페이스북에 "조국 사건은 부인과 동생까지 모두 불법을 저지른 일 아닌가"라며 "조국이 아무리 '내가 책임진다'고 외친들 정경심의 불법을 어떻게 봐준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들 일가의 불법·특권·반칙·위선 때문에 온 국민이, 특히 청년들이 분노와 좌절에 빠졌는데 과잉수사라니"라며 "온 가족이 범법자인데 '1가구 1범죄만 처벌해도 된다'는 식의 생각은 대체 그 근거가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도 '법은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배웠지만 법의 관용은 누가 봐도 딱하고 불쌍한 처지의 약자를 위한 것이지 조국 일가를 위한 것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 조국 지지자 SNS 계정에 "홍준표 밀어주겠다"
'조국 옹호' 논란이 일자 조국 수호대는 반색했다.
조국을 사랑하는 지지자들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홍 후보의 해당 발언과 함께 "홍 후보는 남자다운 사람이다"라는 칭찬의 글이 올라왔다.
조국 지지자는 "어떻게 대선후보 경선 토론에서 이렇게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다 보는 TV토론에서 자기 소신을 확실하게 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라면서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해 홍준표 밀어줘야겠다"고 적었다.
◆ 홍준표 "전 가족 몰살 사건은 정치 수사였다"
홍 후보는 논란이 커지자 토론회 직후 페이스북에 "가족이 연루된 범죄는 대개 가족을 대표하는 사람만 구속하고 나머지는 불구속하거나 불입건하는 것이 제가 검사를 할 때 관례였다"라고 추가 설명했다.
홍 후보는 "그래서 조국의 가족 수사는 과잉 수사였다고 말한 것이다"라며 "그 사건에서 조국이 내가 책임지고 구속될 테니 내 가족들은 건드리지 말아 달라고 했다면 그 사건은 조국 구속으로 마무리되었을 것이다. 조국이 사내답지 못하게 빠져나가려고 하는 바람에 그를 압박하기 위하여 부인, 동생, 사촌을 줄지어 구속하고 딸까지 문제 삼은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래서 과잉 수사라고 말한 것이고 법이 아무리 엄중하다 해도 그렇게 한 가족 전체를 짓밟는 것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라며 "결코 조국 수사가 부당했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과했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홍 후보는 이에 그치지 않고 재차 또 다른 게시물을 올려 "조국 수사는 여권 내 권력투쟁의 산물이다"라면서 "그런 사건을 두고 우리 측이 흥분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저의 오래된 생각이었다"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도 조국 전 가족 수사가 가혹하지 않았다고 국민들이 지금도 생각한다면 제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조국 전 가족 몰살 사건은 제 수사 철학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치 수사였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 진중권 "윤석열 잘 한다고 파이팅 외치던 분이"
이른바 '조국 사태'를 통해 진보진영에 등을 돌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홍준표 의원이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던진 발언이라고 본다"고 해석했다.
진 교수는 "그 귀한 말씀은 수사가 한참 진행 중일 때 하셨어야 한다"면서 "그럼 최소한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는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판 자체가 그 사건 때문에 열린 거나 다름없는데 크게 잘못 판단하신 것 같다"며 "조국 사태 당시에 홍준표의 수사철학은 이랬다. 윤석열 잘 한다고 화이팅 외치시던 분이…"라며 당시 기사의 링크를 올렸다.
해당 기사에는 지난 2019년 9월 홍 의원이 조국 수사에 관해 "검사가 사심 없이 정의를 향한 일념으로 수사를 하면 여야 정치인들은 서로들 약점이 많아 침묵한다"면서 "윤석열 검찰은 청와대, 여의도 어느 곳도 눈치 보지 않고 검찰 본연의 모습대로 잘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 한동훈 "조국 무리한 거짓말로 수사 확대된 것"
앞서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던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 발간 후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조 전 장관이 초반에 무리한 거짓말로 음모론을 키운 탓에 수사가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한 검사장은 "조 전 장관의 거짓말이 없었다면 수사가 이렇게 커지지도 않았을 것이다"라며 "대개 저 정도로 (조 전 장관 아들과 딸 표창장에서 동일하게 발견된) 도장 흔적이 나오고 하면, 보통 사람들은 (표창장) 위조 사실은 인정하고, 동기나 사정을 설명하는 식으로 나온다. 그런데 검찰이 위조했네, 언론이 어쨌네, 이런 식으로 음모론을 제기하면 그걸 하나하나 깨기 위한 추가 수사가 필요해진다. 수사가 넓어지고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답안지 유출 의혹을 받는)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는 기소됐지만, 조민 씨는 기소되지도 않았다. 일반적 경우라면 처벌받아야 했던 사람들에 대해 조금 더 단호하지 못했던 점을 오히려 비판받을 순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웅동학원 채용 비리 역시 '조 전 장관 동생 혼자 했겠나'와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나. 하지만 조 전 장관 모친은 고령이라는 이유로 조사도 하지 않았다. 나는 압수수색 중 독직 폭행까지 당했는데도 도리어 기소된 사람을 승진시킨 분들이, 조국 수사를 과잉수사라고 호도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검사장은 "그의 거짓말들이 다 드러났는데도 책에 그런 내용은 하나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한 검사장이 언급한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사건은 교무과장이던 아버지가 시험지를 유출해 자신의 자녀들에게 유출한 사건을 말한다.
아버지는 쌍둥이 자매에게 시험지 및 답안지를 시험 전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았다.
당초 검찰은 쌍둥이 자매가 미성년자임을 고려해 소년보호 사건으로 넘겼으나 이들이 드러난 증거에도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자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결국 이들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