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4시 찾은 서울 공덕동 공덕시장은 한산했다. 시장 안 골목을 지나가는 손님은 대여섯 명뿐이었다. 상인들은 TV를 멍하니 쳐다보거나, 힘 빠진 표정으로 이웃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50년 장사했는데 지금보다 힘들었던 적은 없어요.” 이곳에서 50년째 닭을 팔고 있는 박정숙 씨(80)는 “장사가 어떠냐”고 묻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코로나19 첫해이던 작년 추석 직전과 비교해도 손님이 10분의 1로 줄었다”며 “오늘 판 닭은 다섯 마리가 전부”라고 했다. 코로나19 2년차 추석 연휴를 앞둔 자영업자들의 냉혹한 현실이다.
요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추석 대목’이란 말이 완전히 실종됐다. 1년 전보다 더 강화된 거리두기에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등 전통시장발(發) 집단감염까지 더해져 매출이 확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농수산물 가게와 한복점이 밀집한 예지동 광장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여성복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추석 대목에는 물건을 대량으로 구비해 놓지만 올해는 평소의 절반도 준비하지 않았다”며 “영업 손실을 버티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A씨의 얘기는 과장이 아니다. 한계 상황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서울 마포, 전남 여수, 강원 원주 등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는 실정이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에 제보된 것만 22건에 달한다. 비대위는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공산이 크다고 본다.
자영업자들은 안타까운 현실을 알리기 위해 장사를 멈추고 연일 거리로 나오고 있다. 이날은 비대위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자영업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국회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들은 “자영업자 대책을 마련하라”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다.
양길성/장강호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