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도서관' 모르면 정치 못 하는 시대

입력 2021-09-16 18:04
수정 2021-09-17 01:55
도서관과 정치의 간극은 크게만 보인다. 세상 물정 모르는 간서치(看書癡), 책벌레들이 국정과 민생을 논하는 것만큼 우스꽝스러운 장면도 없을 터이니 말이다. 하지만 “도서관을 모르면 정치도 못한다”고 일갈하는 책이 나왔다. 그것도 정치의 본산이라는 국회에서….

《도서관 민주주의》는 현직 국회도서관장이 ‘도서관이 민주주의이고, 민주주의가 도서관’이라는 다소 낯선 주장을 밝힌 책이다. 언뜻 보기에 도서관은 현실 정치와는 동떨어진 공간이지만, 현대 민주주의의 특성이 집약된 장소다. 한마디로 도서관은 생활 속에 현실화한 ‘정치 교과서’라는 주장이다.

오늘날 도서관의 기능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니다. 문화와 예술을 배우고, 육아의 공간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최근 들어 가장 눈에 띄게, 꾸준히 늘어나는 존재이기도 하다. 전국 각지에서 좋은 도서관, 다양한 도서관이 경쟁하듯 들어서고 있지 않은가.

저자는 이처럼 도서관이 양적·질적으로 성장한 원인으로 정치를 지목한다. 유권자에게 한 표라도 더 얻는 데 있어 도서관만큼 매력적인 ‘상품’이 없기에 도서관이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 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의 핵심 관심사가 된 지 오래다. 늘어난 도서관만큼 대의정치와 시장경제 원리가 힘을 합쳐 공공선을 증대시킨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라는 평가다.

저자의 시선은 단지 정치인이 표를 구애하는 과정에서 도서관이 늘었다는 ‘현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 발 더 나아가 진정성을 꾹꾹 눌러 담은,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사회공헌으로서의 좋은 도서관이 더 많이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치 지망생에게도 “좋은 도서관이야말로 선거에서 이기는 방법일 뿐 아니라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올바른 길”이라고 호소한다.

뜬금없어 보인다는 인상을 떨치기 힘들지만, 사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경제적 행위가 결과적으로 공익을 증진한다는 ‘보이지 않는 손’ 원리가 관철된 공간이 도서관이라는 점을 포착한 시각만은 무척이나 신선하게 다가온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