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추진에 따라 탄소세를 걷으면 2050년까지 한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최대 0.32%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간 0.09%포인트까지 오를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16일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탄소세 부과가 2050년까지 성장률을 연간 0.08~0.32%포인트 갉아먹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2~0.09%포인트 밀어올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구 기온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2도로 묶어두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0년 6억7000만t에서 2050년 2억t으로 줄이는 ‘시나리오 1’에서 연간 성장률 하락폭은 0.08%포인트, 물가 상승률 오름폭은 0.02%포인트로 집계됐다.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탄소배출량을 2050년까지 0으로 줄이는 ‘시나리오 2’에선 성장률 하락폭이 0.32%포인트, 물가 상승률 오름폭은 0.09%포인트로 나타났다. 배출 허용량을 벗어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정부가 기업 등에 탄소세를 부과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이 같은 결과를 산출했다.
한은은 탄소세가 생산·소비를 옥죄는 경로를 통해 성장률을 갉아먹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탄소세를 걷으면 기업의 생산비가 뜀박질을 하게 된다. 그만큼 기업들의 수익성은 나빠지는 동시에 재화·서비스 가격은 오른다. 석탄화력발전소 등 고탄소배출 시설의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기업 생산성이 약화되고, 에너지 비용도 올라갈 수 있다. 탄소국경세 등이 생겨나면서 국내 기업 수출길이 좁아들 우려도 적잖다.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배출량-흡수량)을 제로(0)까지 만드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물경제는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한은은 탄소세로 불어난 세수를 활용해 정부가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진단했다. 불어난 세수의 일부를 탄소저감설비를 비롯한 친환경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면 탄소세의 부정적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고 봤다. 한은은 “탄소세의 부정적 효과를 억제하려면 매년 국내총생산(GDP) 1% 수준의 투자로는 부족하다”며 “정부가 매년 탄소세 수입의 50%를 투자하면 탄소세의 부정적 충격을 상당 부분 상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기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탄소세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재생에너지 등에 투자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한은과 금융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