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로 눈길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유럽 증시가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는 데다 유럽연합(EU)의 통합 재정 정책 시행으로 안정성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유럽 관련 펀드에 1137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같은 기간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베트남 8300억원, 러시아 675억원, 인도 370억원 등의 자금이 유출됐다.
유럽 자산운용사인 롬바드오디에가 운용하는 펀드에 재간접 방식으로 투자하는 KB유럽셀렉션펀드의 경우 최근 석 달 새 설정액이 200억원가량 불었다. 유럽 대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어난 셈이다. 유로스톡스50지수에 투자하는 삼성유럽인덱스펀드도 같은 기간 설정액이 100억원이나 늘었다. 실제 유로스톡스50지수는 최근 소폭 조정을 받았지만 올 들어 16.70%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독일 DAX지수는 13.83%, 프랑스 CAC지수는 18.59% 뛰었다. 일본 닛케이225(10.49%), 중국 상하이종합지수(4.07%) 등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 수익률을 크게 웃돈다.
서비스업 중심의 유럽 국가들이 코로나19 영향권에서 조기에 벗어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영국의 경우 지난 7월 중순부터 모든 방역 조치를 해제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이를 앞두고 경제 재개 관련주 주가가 뛰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국가별 백신 거부감에서도 미국(27%)에 비해 프랑스(14%), 영국(12%) 등이 크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를 넘어 경제 정상화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유럽 증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 같은 분위기가 유로스톡스50지수 등에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EU가 통합 재정정책을 펴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분석했다. EU는 코로나 피해가 컸던 회원국의 경제회생을 목적으로 27개 EU 회원국이 공동 보증하는 채권을 발행해 EU 경제회복기금을 마련했다. 각국이 제각각 재정정책을 펴온 것과 달리 EU가 하나로 뭉쳤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연구원은 “독일 총선을 앞두고 사민당의 집권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만큼 사민당의 재정확대정책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로 지지부진했던 독일 자동차업체 등 제조업이 내년부터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도 유럽 증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 꼽힌다. 김화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서비스업 중심인 유럽 경제구조에서 제조업까지 뒷받침해줄 경우 증시에 힘을 받을 수 있다”며 “연말까지는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일 수 있지만 내년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