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찾은 경기 용인의 ‘플라이스테이션’. 실내에 들어서자 거대한 투명 원통형 구조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내부에는 검은 슈트를 입은 특수부대원 몇 명이 훈련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원통 안에서 허공을 위아래로 오르내리며 흩어졌다 모였다를 반복했다. 무리지어 하늘을 나는 새떼를 연상하게 했다.
하늘을 나는 상상은 누구나 한번쯤 해봤음직한 일이다. 하지만 맨몸으로 허공을 가르는 기분을 느끼고 싶더라도 일반인이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 고공에서 떨어질 때의 공포는 차치하더라도 하는 방법, 장소 등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내 스카이다이빙은 큰 부담 없이 특수장치에서 스카이다이빙 기분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액티비티다. 시간·비용을 투자하는 데 비례해 남들이 하기 어려운 자세와 묘기를 선보일 수 있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실내 스카이다이빙의 매력을 직접 느껴봤다.
실내 스카이다이빙은 바닥에서 센 바람을 불러일으키면 사람이 공중에 뜨는 원리를 이용한다. 국내에서는 2019년 문을 연 용인 플라이스테이션이 유일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150억원을 투자해 조성한 이곳엔 러시아에서 수입한 실내 스카이다이빙 전용 원통 구조물이 있다. ‘나는 방’이라고 불리는 이곳의 하부에 바람을 쏘아올리는 특수장치가 설치됐다. 평균 풍속은 시속 약 200㎞, 최대 360㎞의 강풍이 사람을 순식간에 허공으로 띄워 보낸다.
체험 전엔 안전 및 기본 수신호 교육을 받아야 한다. 전용 슈트로 갈아입고, 시계, 귀걸이 등 액세서리는 사전에 모두 빼서 보관한다. 강한 바람 때문에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훈련장에서 안전 수칙과 함께 배우는 것은 수신호다. 원통에서는 강한 바람 소리 때문에 대화를 전혀 나눌 수 없다. 강사는 간단한 손동작을 눈앞에서 보여주며 동작을 바꿀 것을 지시한다. 손가락 두 개를 펴는 것은 ‘다리를 펴라’, 접으면 ‘다리를 접어라’는 뜻이다.
둘째 손가락을 위로 가리키는 것은 ‘턱을 들라’, 주먹을 쥔 채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펼쳐 보이는 것은 ‘긴장을 풀라’는 뜻이다. 비행 자세는 엎드린 상태로 팔을 살짝 굽히고, 다리는 적당히 힘을 준 채 위로 뻗어 몸을 아치 형태로 만드는 게 기본이다. 턱을 들어 머리는 위를 향하게 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점은 긴장하지 않고 몸에 힘을 빼야 한다는 것이다.
헬멧을 착용하니 그제서야 심장이 두근거렸다. 입구에서부터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강력한 바람과 소음이 느껴졌다. 바람을 맞으며 바로 몸을 납작 엎드렸지만, 자꾸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몸에 힘이 들어가고, 고개를 바닥으로 떨꾼 탓이다. 헬멧 앞으로 엄지와 새끼손가락이 보였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처음 배운대로 자세를 고치자 몸이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허공에 뜬 몸이 익숙해질 때쯤, 강사가 맞은편에서 같은 자세로 두 손을 맞잡았다. 잠시 후 더 강력한 바람과 함께 몸은 상공 20m 높이로 솟구쳐 올랐다가 급격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짜릿함 속엔 고요함도 있었다. 말로만 듣던 무중력 상태를 맛본 듯한 느낌이었다. 1회 체험 시간은 2분. 짧은 듯하지만 실제 3000~4000㎞ 상공의 하늘에서 뛰어내리는 스카이다이빙도 비행 시간이 1분 남짓인 것을 감안하면 조금 더 긴 시간을 날 수 있는 셈이다.
비용은 비싼 편이다. 4분 기준으로 약 10만원이 든다. 입문 프로그램은 하루 1회 교육에 30만원 선이다. 신동해 플라이스테이션 실장은 “유연성, 전신 밸런스 등에 좋은 운동으로, 10시간 정도 훈련하면 실제 하늘에서 스카이다이빙도 혼자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용인=정소람/최진석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