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야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날아보자꾸나

입력 2021-09-16 17:22
수정 2021-09-17 02:23


“하늘에서 보내는 시간과 바꿀 만한 지상의 시간은 달리 존재하지 않는다.”

영국의 비행기 조종사이자 작가인 마크 밴호네커가 한 말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회사를 다니다 어린 시절의 꿈을 좇아 파일럿이 됐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책 《비행의 발견》 등을 썼다. 그는 일상 속의 바람과 구름, 산과 들, 도시를 하늘에서 바라보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색다른 경험이라고 설명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항이 ‘공허한 공간’이 된 지 1년6개월여가 지났다. 휴가철이면 낯선 타국을 향해 장거리 비행을 떠나는 설렘을 느껴본 게 언제였던가. 예상치 못한 해외여행 제한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무착륙 관광비행’이 이용객 2만 명을 넘어선 것은 ‘비행의 갈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가을 하늘은 유난히 맑고 파랗다. 무더위를 뚫고 온 시원한 바람과 뭉게구름도 반갑다. 하늘을 나는 새들이 부럽다면, 눈부신 가을 하늘을 만끽하고 싶다면 여기 해법이 있다. 바로 ‘하늘을 나는 다섯 가지 방법’이다.

가장 쉬운 것은 열기구 체험(난이도 ★)이다. 10여분간 도심 상공에서 확 트인 경치를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안전하면서도 짜릿한 고공비행을 맛보고 싶다면 실내 스카이다이빙(난이도 ★★)이 있다.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시속 200㎞의 강풍에 몸을 싣고 날아오를 수 있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린 듯한 스릴을 실내에서도 만끽할 수 있다.

하늘에서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패러글라이딩(난이도 ★★★)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해발 800m 산 정상에서 뛰어내려 바람과 춤추며 내려올 때, 세상의 소음 대신 흥겨운 고요함이 온몸을 감싼다. 더 역동적인 비상을 찾는 이들을 위한 경비행기 체험(난이도 ★★★★)도 있다. 힘차게 회전하는 프로펠러를 앞세우고 바람에 두둥실 떠오르는 경비행기는 대형 항공기에서 느낄 수 없는 ‘날것의 비행’을 맛보게 한다. 극한의 공포를 동반한 자극을 원한다면 번지점프(난이도 ★★★★★)를 시도해보시길. 국내 최고 높이인 63m에서 몸에 줄 하나 두른 채 뛰어내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평범한 일상에 지친 마음에 매콤한 자극을 가할 것이다.

하늘을 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한결같이 그 매력으로 ‘자유’와 ‘해방’을 말한다. “하늘에 올라오면 지상에서의 고민과 슬픔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어요. 제가 이 직업을 선택한 이유죠.” 한 패러글라이더가 한 말이다.

가혹하리만치 더웠던 여름의 터널을 지나 가을 하늘이 펼쳐졌다. 뭉게뭉게 무리 지은 구름 군단이 바람의 말을 타고 달린다. 노을 속 태양은 하늘을 갖가지 색채로 물들이며 말을 건넨다. “오늘은 새가 돼 보지 않을래?” 하늘에서 도착한 ‘파란 초대장’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