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7개월째 이어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영업손실을 겪던 자영업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자영업 단체들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이 같은 사고가 22건 벌어졌다.
대부분 오랜 거리두기 조치로 매출이 급감했는데 정부 지원금은 턱없이 적고 대출조차 막혀 생활고에 시달리던 업주들이다. 자영업자들은 “버티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생사의 문제”라며 정부의 방역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자영업자 잇따라 극단적 선택
15일 경찰에 따르면 강원 원주시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던 A씨(52)가 지난 1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4~5년째 유흥업소를 운영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부터 영업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몇 달 동안 임차료를 내지 못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힘들다”는 말을 반복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유가족을 상대로 사망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7일에도 서울 마포구에서 20년 넘게 맥줏집을 운영하던 50대가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날 전남 여수에서는 치킨집을 운영하던 자영업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오랜 거리두기 조치로 경영난을 겪다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코로나19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는 지금까지 22명의 자영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조지현 비대위 공동대표는 “매출 감소 등 운영난을 겪는 와중에 대출까지 안 나와 목숨을 끊었다는 제보도 있다”며 “알리기 부담스러워 드러나지 않은 사고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지원은 ‘찔끔’자영업자의 잇따른 안타까운 사고가 “정부의 허술한 방역 대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3월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대책으로 꺼냈다. 영업시간과 방문 인원을 통제하는 거리두기는 자영업자들에게 막대한 영업손실을 초래했다.
여기에 올초 오후 10시 이후 영업금지, 3인 이상 집합금지 등 고강도 조치가 더해지면서 자영업자들은 한계 직전까지 내몰렸다. 특히 유흥주점 등 일부 시설은 집합금지 조치로 1년6개월가량 아예 영업을 하지 못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난 1년6개월간 자영업자들은 66조원 넘는 빚을 떠안았고, 총 45만3000개의 매장이 문을 닫았다.
“거리두기 조치를 인내해왔지만 정부 지원금은 턱없이 적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8월부터 4조2000억원을 들여 소상공인에게 ‘희망회복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금 규모는 매출과 영업제한 여부에 따라 40만~2000만원이다. 하지만 13주 미만 영업제한 조치를 받은 업종은 매출이 아무리 크더라도 지원금이 400만원뿐이다. 영업제한이 아닌 테이블 거리두기, 투숙 인원 제한 등 조치로 손실을 입은 업종은 손실보상을 받지 못한다.
매출 감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임차료, 인건비 등을 내기 위해 대출을 계속 받으면서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창호 전국호프연합회 대표는 “대부분 자영업자가 1년 뒤 상환을 전제로 지난해 이자 부담을 안고 대출을 받았는데, 영업이 아직까지 정상화되지 않아 원금 상환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집합금지 명령으로 장기간 영업을 못하고 있는 업주들은 다시 거리로 나섰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는 15일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유흥업주들이 참여한 가운데 1000대 규모의 차량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정부의 강제 집합금지가 500일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며 “집합금지 명령을 해제할 때까지 계속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길성/장강호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