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폐허가 된 명동 근황 [집코노미TV]

입력 2021-09-16 07:00
수정 2021-09-16 10:58



▶전형진 기자
여기가 원래 유니클로였는데 지금은 없어졌어요. 가을옷을 사야 하는데.. 명동의 다른 매장으로도 가보겠습니다. 지금 시간이 이르긴 한데 확실히 예전보다 유동인구가 줄어든 게 확인이 되네요.


여기는 한국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자리입니다.


안쪽을 보시면 상가들이 다 비어있어요. 이 점포도 아직 문을 안 연 게 아니라 폐기물을 처리해주겠다는 명함이 입구에 붙어 있을 정도로 영업이 안 되고 있습니다. 옆 건물도 마찬가지로 전층임대이고요.


골목 안쪽도 플래카드가 붙어 있어요. 건물이 통으로 나가서 임차인을 구하고 있습니다. 리모델링을 깔끔하게 끝낸 건물도 완전 비어 있네요. 명동 중심 거리에서 아직 한 블록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바로 옆 이면상가들도 이런 상황입니다.


여긴 에뛰드하우스였네요.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국가인증우수쇼핑점이라고 붙어 있는데 장사가 안 돼서 문을 닫은 지 오래된 것 같습니다. 건물 안 벽엔 곰팡이도 슬어 있고요.


사실 명동이라고 하면 지금 보신 점포처럼 화장품 로드숍이 굉장히 많은 곳이었죠. 그래서 중국에서 유커들이 관광을 와서 쇼핑을 하는 대표적인 관광지였습니다. 제가 촬영 전에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상권정보시스템을 열람해보니까 명동이 성업했던 2019년 말엔 이 상권 안에만 화장품 점포가 105곳 있었는데 지금은 35곳으로 줄었습니다. 그리고 전체 도소매업종으로 따져봐도 460곳에서 330여곳으로 줄어든 상태입니다.


그런데 애플 제품을 파는 프리즈비는 성업 중이네요.


▶전형진 기자
여기서 장사 얼마나 하셨어요?

▷명동 상인
한 15년 정도 했어요. 코로나19 전에는 그래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했죠. 그런데 지금은 개미 한 마리도 없어요.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어요.


▷김종율 김종율아카데미 대표
상권의 성격을 분리해서 봐야 할 게 명동역 상권은 관광·유흥상권입니다. 이런 곳은 대학교 상권과 더불어서 코로나19의 악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 입지입니다. 코로나19가 끝나지 않는다면 다시 살아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주거지 역세권 상가는 매출이 거의 줄지 않았습니다. 대형 상권의 매출이 줄었다고 단순화시켜 이해하기보단 그 안에서도 많이 줄어든 곳과 줄어든 곳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전형진 기자
제 뒤로 보이는 것처럼 이렇게 맛집에는 시민들이 줄을 서 있어요. 주변에 폐점한 점포가 즐비한데 이런 곳들엔 길게 줄을 설 만큼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지나다니는 분들을 보니까 목에 사원증을 걸고 다니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니까 쇼핑하러 온 분들보다 점심 드시러 온 주변 직장인분들이 많습니다.


앞서 우리가 네이처리퍼블릭, 한국에서 가장 비싼 땅을 봤잖아요. 안쪽에 네이처리퍼블릭 점포가 하나 더 있었는데 보시는 것처럼 영업을 안 한 지 오래됐습니다. 가격표에 먼지가 쌓인 걸 보니 한참된 것 같아요.


그리고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명동으로 들어오는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렇게 가게 앞에 킥보드를 세워둘 수 없었겠죠. 지금은 영업을 안 하니까 이렇게 킥보드를 세워두는 풍경이 나오네요.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도 나와봤는데 방금 봤던 명동 거리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네요. 확실히 복합몰은 여전히 많이 이용하고 계신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잠시 쉰다고 써있는데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이면도로 안쪽도 텅텅 비었습니다. 검은 건물도 전층이 공실인데요. 이 건물은 제가 좀 압니다. 최근 굉장히 유명세를 탄 건물이거든요. 통으로 빈 건물이 올해 2월 통째로 경매에 나왔었는데요. 여기에 125명이 한꺼번에 공동투자로 입찰을 했습니다. 이분들이 40억가량에 낙찰을 받았죠. 그런데 앞서 본 것처럼 명동 전체가 텅텅 비었는데 왜 지금 낙찰을 받을까요. 투자를 하는 분들은 이때가 아니면 명동 건물을 살 수 없다, 이런 시각을 갖고 계신 거죠.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
명동 상가가 경매시장에 등장하는 건 거의 손에 꼽을 뉴스입니다. 이참에 역으로 경매를 통하면 가격 우위의 경쟁력이 있다는 계산을 하는데요. 단 조건이 있습니다. 시세보다 싸게 산다는 게 상권의 활성화를 보장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옥석은 가려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전형진 기자
지금까지 듣고 보신 것처럼 지금 상황에서 관광상권의 한계는 명확합니다. 그런데 그말인즉슨 관광객이 돌아오면 상권이 다시 살아나고, 그래서 투자로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 되겠죠. 투자하시는 분들은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계십니다.


또 네이처리퍼블릭 얘기를 다시 해보자면요. 한국에서 가장 비싼 땅, 그곳이 공시지가 기준으로 17년째 1위입니다. 1㎡당 2억600만원 정도니까 3.3㎡로 환산하면 6억2000만원 정도 되겠네요. 그런데 네이처리퍼블릭 부지가 160㎡ 정도 되니까 공시지가로만 땅값이 300억이 넘습니다. 시세는 더 나가겠죠.


재미있는 건 이 땅을 갖고 계신 분이 1999년 외환위기 때 40억에 낙찰을 받았어요. 앞서 125명이 공동투자를 한 건물처럼 위기가 왔을 때를 투자의 기회로 보는 분들도 계신 거죠.


여기는 지금 차 없는 거리라고 써 있는데 사람이 없는 거리가 됐습니다.

▷정준영 PD
차가 없는 거리인데 차가 지나가고 있네요.

▶전형진 기자
ㅎㅎ.. 차가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아졌다는 거겠죠. 아까 보신 것처럼 이런 시기를 투자의 기회로 삼는 분들도 계시는데, 제 경우엔 부모님이 장사를 하고 계시기 때문에 상인들의 어려움이 공감되고 마음이 굉장히 무겁습니다. 어서 빨리 코로나가 끝나고 명동 상권이 다시 활성화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디지털라이브부장
진행 전형진 기자 촬영 정준영·김윤화 PD
편집 정준영 PD 디자인 이지영 디자이너
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한경디지털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