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디옥시리보핵산) 이중나선에는 무수히 반복되는 염기서열이 있다. 이전까지는 여기에 담긴 정보가 없고, 의미도 없는 것으로 보여 '정크(쓰레기) DNA'라고 여겼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반복되는 염기서열에 면역과 관련된 기능이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이처럼 반복되는 염기서열, 즉 반복체(Repeatome)를 표적으로 하는 신약벤처기업 롬 테라퓨틱스(Rome Therapeutics)가 9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롬테라퓨틱스는 14일(현지시간) 벤처캐피털 섹션32와 사노피벤처스 등으로부터 7700만달러(약 903억원) 규모의 시리즈 B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투자자인 아크벤처스 등도 이번 투자에 참여했다. 섹션32는 구글 벤처스의 설립자 빌 마리스가 설립한 미국 벤처캐피털이며, 사노피벤처스는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가 출자한 벤처캐피털이다.
롬테라퓨틱스는 인간 게놈 중 반복적인 핵산 서열로 구성된 약 60%의 반복체를 활용해 암과 자가면역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을 목표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반복체가 암과 자가면역질환을 비롯해 다양한 치료 영역에서 특수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정상세포에서는 기능하지 않던 반복체는 암세포의 무분별한 세포분열 상황에서 리보핵산(RNA)으로 전사되는 양이 늘어난다. 반복체의 RNA는 바이러스의 유전정보와 닮아있어 우리 몸의 면역세포를 자극할 수 있다.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는 ‘경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롬테라퓨틱스는 이같은 기전을 활용해 암과 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전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롬테라퓨틱스는 반복체에서 파생된 표적을 식별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했으며, 이를 활용해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설립됐으며, 앞서 50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우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