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구글 밀어낸 '러시아 테크공룡' 얀덱스

입력 2021-09-15 16:26
수정 2021-09-16 08:21
반독점 규제가 강화되면서 세계 각국 빅테크주가 조정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하락세다. 코로나19 이후 상승장을 이끌던 미국 빅테크주도 주춤거린다. 이런 상황에서도 ‘러시아의 구글’로 불리는 얀덱스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나스닥에 상장한 얀덱스는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하는 사업을 러시아에서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한 달간 18% 상승14일(현지시간) 나스닥에서 얀덱스는 0.17% 오른 81.87달러에 마감했다. 미국 3대 지수가 조정받은 이날도 상승하면서 또다시 신고가를 경신했다. 1년간의 박스권을 벗어난 얀덱스는 최근 한 달간 17.78% 상승했다. 상승을 촉발한 것은 러시아에서 우버의 철수 소식이다. 최근 얀덱스는 우버와 설립한 조인트벤처(JV) 산하 주요 사업부 지분을 10억달러에 인수했다. 음식배달, 모빌리티 등 우버의 러시아 핵심 사업권이 얀덱스에 100% 넘어간 것이다. 우버가 러시아에 진출한 것은 2013년이다. 차량호출 서비스를 앞세워 여러 사업을 시작했지만, 얀덱스가 출혈에 가까운 가격 경쟁으로 반격했다. 러시아 사업이 어려워지자 2017년 얀덱스와 JV를 설립하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구글도 못 뚫은 러시아 우버의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구글이 오래전에 진출했지만, 러시아 검색엔진 1위(점유율 63.3%)는 여전히 얀덱스다.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등 옛 소련권에서는 10~15%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얀덱스는 주요 플랫폼 사업에 대부분 진출해 있다. 검색엔진 1위를 바탕으로 차량호출(점유율 70%), 차량공유, 음식배달, e커머스 등 분야에서 독과점하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클라우드 등의 신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매출의 대부분은 포털과 차량호출에서 나온다. 지난 2분기 기준 사업부별 매출 비중은 검색&포털(45%), 차량호출(33%), e커머스(10%), 기타(7%), 미디어(5%) 순이다. 실적은 급속히 좋아지고 있다. 포털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을 재투자하며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2조8152억원이었던 매출은 작년 3조5037억원으로 24.5% 증가했다. 올해 매출은 5조5604억원으로 5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차와 공동사업도작년까지 연 3000억원대를 기록하던 영업이익은 줄어들고 있다. 상반기에 1264억원의 적자를 냈다. 더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다수의 인수합병(M&A)을 진행했고, 올해만 e커머스 사업에 76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성장동력은 네이버와 카카오에 뒤지지 않는다. 모빌리티는 세계적 수준이다. 차량호출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옛소련 18개국에 진출해 있다. 2018년에는 차량공유 서비스도 선보였다. 현대차와는 자율주행 택시를 개발하고 있다. 음식료 배달사업은 프랑스 등 서유럽까지 진출했다.

글로벌 빅테크주를 때리는 규제 영향에서도 자유롭다는 평가다. 최근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문제를 미리 겪었기 때문이다. 얀덱스는 미국에 상장할 때부터 개인정보 문제로 러시아 정부와 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2019년 말 러시아 정부는 한 금융기관이 얀덱스 지분을 10% 이상 매입할 수 없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특정 금융사가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것. 이어 작년 초에는 주요 경영 사안을 거부할 수 있는 ‘황금주’를 경영진으로부터 러시아 국영은행 스베르방크에 넘기도록 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