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선조가 물려준 귀중한 문화유산을 통해 역사와 문화, 명절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고향에 다녀오는 길이라면 국립공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무령왕릉 발굴 50년,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하며’ 전시 관람을 추천한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유물 5232점 전체를 발굴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펼치는 보기 드문 전시다. 사전 예약 후 관람해야 하고 추석 당일(21일)엔 휴관한다.
1971년 배수로 공사 중 우연히 발견된 무령왕릉은 백제사와 동아시아사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왕과 왕비가 착용한 대표적인 국보들. 상설전시실에서 감상할 수 있다. 진열장 유리를 저반사 유리로 교체하고 조명과 받침대를 바꿔 관꾸미개, 금귀걸이, 청동거울, 무덤을 지키는 상상의 동물인 진묘수 등 주요 유물을 더욱 찬찬히 뜯어볼 수 있게 됐다. 백제인의 내세관과 사상을 엿볼 수 있는 받침 있는 은잔 ‘동탁은잔’의 아름다운 문양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됐다.
기획전시실에서는 무령왕릉 발굴 조사 과정과 주요 학술 성과, 앞으로의 연구 과제 등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다. 무덤의 주인을 알려준 핵심 유물인 묘지석과 무령왕에 대해 기록한 역사서 삼국유사, 백제의 대외교류를 보여주는 중국 청자 등을 전시했다. 무령왕과 왕비 목관을 정밀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재현한 목관, 금동신발 내부에서 발견된 직물을 바탕으로 복원한 금(錦) 직물 등을 만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고궁박물관도 21일을 제외한 연휴 기간 동안 열려 있다.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빛을 펼치다’ 전시가 눈길을 끈다. 전시장에서는 ‘공주 신원사 괘불’(국보 제299호)을 만나볼 수 있다.
불화 단 한 점만 나와 있는 전시지만 결코 전시장이 허전할 일은 없다. 그림의 높이가 10m, 너비는 6.5m, 무게는 100㎏에 이르기 때문이다. 신원사 괘불은 1664년 6월 조성 이후 이번 전시까지 단 두 차례만 외부에 전시됐는데, 이달 26일 전시 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이번 연휴를 놓치면 당분간 서울에서 이 그림을 보기 어렵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모란꽃을 통해 조선 왕실 문화를 살펴보는 특별전 ‘안녕(安寧), 모란’ 전시가 열리고 있다. 모란도 병풍을 비롯해 모란꽃 무늬가 그려진 궁궐의 각종 생활용품과 의례용품, 심사정과 강세황 등 18~19세기 문인 화가의 모란 그림 등 유물 12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다. 지난봄 창덕궁 낙선재에 모란이 만개했을 때 그 향을 포집해 제작한 향수 냄새를 맡으며 증강현실(AR)과 새 지저귀는 소리 등으로 구성한 ‘가상 정원’을 거닐어보는 것도 재미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