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선보인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가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사전계약 접수를 시작한 당일 올해 공급물량분을 넘어서는 1만8940대가 계약됐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날 오전 9시부터 웹사이트 '캐스퍼 온라인'을 통해 캐스퍼 사전계약 접수를 시작한 당일 사전계약 물량을 완판했다.
1만8940대는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올해 생산 계획 물량을 넘어서는 수치다.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연 생산 가능 대수는 10만대로 이날 생산을 시작해 올해 1만2000대를 만들고 내년에는 7만대를 공급할 계획이다. 올해 공급 물량이 사전계약 접수 5시간여 만에 모두 팔린 것이다. 사전계약자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보다 높은 가격대지만 캐스퍼 인기는 높았다. 사전계약 접수 시작 당일 웹사이트 캐스퍼 온라인에 예약자가 몰리며 오전 한때 사이트가 마비됐고, 이후에도 사이트 접속시 일부 지연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대차가 지난 1일부터 진행한 캐스퍼 얼리버드 예약 알림 신청 이벤트 참여자는 13만6000명이었으며 캐스퍼 온라인 접속자는 70만명에 달했다.
캐스퍼는 전장·전폭·전고가 3595·1595·1575mm에 축간거리가 2400mm인 경차로, 기본 모델과 액티브 모델(터보 모델)로 구성됐다.
캐스퍼는 젊고 역동적인 감성의 외관에 부드럽고 안락한 분위기의 실내를 갖췄고 앞·뒤 모든 좌석에 폴딩·슬라이딩·리클라이닝 기능이 적용돼 실내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뒷좌석을 전방으로 슬라이딩할 경우 301L의 적재공간 확보가 가능하고 앞·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실내에 최대 2059mm 길이의 공간이 갖춰진다. 이를 위한 운전석 시트 풀 폴딩 기능도 세계 최초로 지원한다.
다만 캐스퍼는 다소 높은 가격대로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캐스퍼는 기존 완성차 공장의 절반 수준 임금을 주는 '광주형 일자리'의 첫 적용모델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위탁생산을 하며 기존 판매망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직접판매(D2C) 방식을 적용해 가격이 저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일부 유튜버들은 캐스퍼 가격이 800만~900만원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를 자극하기도 했다.
공개된 캐스퍼의 가격은 기본 모델이 1385만~1870만원으로 국내 판매되는 경차 중 가장 비싸다. 기존 경차는 기아 모닝이 1175만~1520만원, 레이 1275만~1580만원이며 한국GM 스파크도 977만~1448만원이다. 특히 캐스퍼의 경우 액티브 모델 가격은 90만~95만원이 추가되고 선택사양까지 감안할 경우 풀옵션 가격은 2057만원으로 경차 최초 2000만원대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젊은 소비자 취향에 맞춰 다양한 안전·편의장치가 들어가고 새로운 고강성 차체를 적용해 가격대가 불가피하게 높아졌다는 입장. 캐스퍼에는 차로유지보조, 전방충돌방지보조,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등 젊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반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됐다. 운전에 미숙하더라도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보조해 사고 위험을 낮추는 기능들이다. 노면 상태에 따라 구동력과 출력을 제어하는 험로 주행 보조 기능도 들어갔다.
그럼에도 현대차 소형 SUV 베뉴 가격이 1689만~2236만원이고 준중형 세단 아반떼 가격이 1570만~2453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경차인 캐스퍼의 가격은 다소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캐스퍼 액티브 모델을 풀옵션 사양으로 구매할 가격이면 베뉴 모던플러스(2042만원), 아반떼 모던(1948만원) 등 두 차량 모두 상위 트림을 살 수 있다.
현대차는 이달 29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총 6일간 사전계약을 정식 계약으로 전환하는 기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사전계약 시점에서 정한 사양과 색상은 정식 계약으로 전환하며 변경도 가능하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