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회원제 프로그램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투자은행 도이체방크가 1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도이체방크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월마트의 구독 서비스인 ‘월마트 플러스’는 현재 약 32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작년 9월 15일 미국에서 회원제 서비스를 시작한 지 정확히 1년 만이다.
도이체방크의 크리스티나 카타이 소매부문 애널리스트는 “월마트 플러스의 성장이 최근 수개월간 더뎠지만 이제 변곡점에 다다랐다”고 분석했다.
설문조사 결과 지난 6~7월에 월마트 플러스에 가입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약 25%였다는 게 도이체방크의 설명이다. 그 직전의 가입률은 19% 수준이었다.
다만 이 수치는 온라인 공룡 아마존의 유료 회원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가입률(57%)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치다. 아마존은 월마트의 최대 경쟁 상대다.
투자회사인 도이체방크가 설문조사를 통해 유료 회원수를 조사하는 건 월마트 등이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다.
현재 월마트 플러스 가입자의 86%는 아마존 프라임에 이중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월마트와 아마존 관계에 추가로 겹치는 부분도 있다. 월마트 플러스 회원의 61%는 연간 소득이 5만달러를 상회한다고 답했다. 전체의 33%는 연소득이 10만달러 이상이라고 응답했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의 63% 및 28%도 같은 대답을 했다.
월마트 플러스에 가입하기 위해선 1년에 99달러, 또는 매달 12.95센트를 내야 한다. 회원이 되면 35달러 이상 주문할 때 식료품을 집까지 무료로 배달해준다.
이는 아마존 프라임보다 다소 낮은 가격대다. 아마존 프라임의 가입비는 1년에 119달러다. 매달 내면 12.99달러씩이다. 다만 아마존 프라임 회원은 무료 배송뿐만 아니라 영화와 음악, 게임, 전자책 대여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화상 컨퍼런스에서 “소비자가 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회원수만 많이 확보한 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정말로 나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훨씬 다양한 식료품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월마트는 이를 위해 미국 내 수십개의 창고형 매장에 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고객 주문에 맞춰 빠르고 간편하게 제품을 선택하고 포장하기 위해서다.
월마트는 자사의 회원제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최근 크리스 크래치올로를 새 임원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신용카드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19년동안 일한 ‘회원 관리’의 베테랑이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연회비가 비싸지만 충성도가 높은 회원들로 유명하다. 월마트의 최고고객책임자(CCO)인 제이니 화이트사이트 역시 과거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일한 적이 있다.
월마트 주가는 이날 주당 144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도이체방크가 매기고 있는 월마트의 적정 주가는 185달러다.
월마트의 시가총액은 4015억달러다. 아마존 시총(1조7500억달러) 대비 4분의 1 이하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