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이 대부분 다주택자인 이유 [한경 코알라]

입력 2021-09-15 13:12
수정 2021-09-30 11:03
▶9월 15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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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의 부동산(Real Estate) 섹션에는 미국 전역의 다양한 럭셔리 하우스들의 매매 소식이 올라온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수백평짜리 맨션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저런 곳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실제로 이런 주택들을 누가 매매했는지도 기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부분이다.

작년 8월에는 콜로라도주 이글 카운티에 있는 베일(Vail)이라는 작은 마을의 산속 별장 한 채가 5725만달러(약 670억원)에 거래되어 화제였다. 집을 매수한 사람은 인스크립타(Inscripta)라는 바이오테크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케빈 네스(Kevin Ness)라는 사람이다. 과학자들을 위한 DNA 분석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그의 회사는 작년 여름 시리즈D 라운드 펀딩에 성공하였으며 지금까지 총 2600만달러(약 300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유치하여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올해 6월에는 같은 콜로라도주의 아스펜(Aspen)이라는 마을에 위치한 700평 규모의 맨션이 7250만달러(약 850억원)에 거래되었다. 매수자는 캐나다 프로 하키선수 출신의 창업가인 패트릭 도비지(Patrick Dovigi)로, 그의 자산가치는 2017년 기준 10억8000만달러(약 1조2700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2018년 캐나다 100대 부자 리스트에서 97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여러 채의 집을 보유하는 이유가 뭘까?월스트리트저널에서 소개된 위 럭셔리 맨션들은 모두 로키산맥이 위치한 콜로라도주에 있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키 리조트들이 즐비하여 스키 시즌만 되면 평균 160만명이 방문하는 스키어들의 성지이다. 자산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부자들이 이런 휴양지에 '세컨드 홈'을 마련하는 것은 어찌보면 이해할 만하다. 여름에는 하와이 호놀룰루의 수영장 딸린 저택에서 휴양을 하고, 겨울에는 로키산맥에 있는 별장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가족들과 함께 별을 구경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나 가족들과 안락한 휴가를 보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집을 사지 않고 비싼 호텔이나 리조트를 예약해도 된다. 집을 한 채 더 살 때마다 발생하는 각종 세금과 부수적인 비용들을 생각하면, 부자들이 단지 안락한 휴가를 보낼 곳을 마련하고 싶어서 1년에 고작 한두 달 머물까 말까 한 집을 추가로 구매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부 부자들은 주변에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부러 궁전 같은 집을 사 모을 수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갈수록 확산되는 고가 부동산 투기 열풍을 설명할 수는 없다. 화폐가치 절하가 문제작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미국 중앙은행(Fed)은 약 5조달러(약 5800조원) 규모의 달러를 신규로 발행했다. 팬데믹이 발생하기 직전 Fed의 자산이 4조달러 규모였던 것을 감안하면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달러의 유통량이 두 배가 넘게 불어난 것이다. 급격한 통화량 확장은 심각한 화폐의 구매력 하락을 불러왔다. 미국의 연방 노동통계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에 중앙은행이 처음 생긴 1913년 1달러짜리 지폐 한 장의 구매력은 26.14달러(약 3만원)이었으나 현재는 1달러(약 1200원)까지 내려가 무려 2400%가 절하된 상태다. 게다가 작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크게 늘어난 신규 유동성은 달러의 구매력 하락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 와중에 각국의 중앙은행은 경기를 진작시킨다는 이유로 기준금리를 연 0%까지 낮춰놓았다. 그러니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도 당연히 바닥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1금융권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는 2020년 초부터 일제히 연 0%대로 내려갔다. 미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대표적인 대형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정기예금 금리는 겨우 연 0.01~0.05% 수준이다. 가뜩이나 화폐의 구매력 감소로 현금성 자산 가치가 절하되는 마당에 은행 이자마저 바닥 수준이다보니, 부자들은 인플레이션 대비 자산가치를 보전할 수 있는 대안 투자처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부자들이 굳이 높은 세금과 부수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유명 휴양지나 인구 밀집지역에 고가 부동산을 사는 이유는 자신들의 자산가치를 유지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부동산 투자 기회, 누구에게나 열려있지 않아이런 부자들의 수요를 일찌감치 파악한 미국 최대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 몇 년 동안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부동산을 공격적으로 사들여왔다. 이렇게 매수한 부동산은 리츠(REITs)라고 불리는 부동산 신탁펀드에 담겨 투자상품으로 판매되는데, 부동산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이자 형태로 지급되는 데다 부동산 매물이 팔릴 때 생기는 수익금은 배당 형태로 지급되어 안전하면서도 고수익이 가능한 상품으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이렇게 인기가 높은 상품일수록 항상 부자들에게 먼저 투자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고수익 부동산 상품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국내 모 은행의 고액자산가 대상 웰스 매니지먼트 센터의 경우 은행 예치 잔고가 최소 30억원 이상인 고객만 가입할 수 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블랙록 같은 기관이 시장에서 매물을 싹쓸이하면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기 때문에 일반 중산층 국민들은 집을 살 기회가 더욱 줄어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엄격한 대출 규제까지 있는 나라의 경우, 현금 가용 능력이 부족한 중산층이 빠르게 달아나는 집값을 따라잡을 방법은 거의 없다. 이것이 바로 한 나라의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이 심화될수록 부자와 서민 간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는 이유이다. 자산을 보유한 부자들은 더욱 부자가 되고, 자산이 없는 중산층은 더욱 가난해지게 된다. 모두를 위한 대체투자처, 비트코인지난 9월 7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향후 2년 간 캐나다에서 외국인의 부동산 보유를 금지하며, 현재 외국인 소유 부동산 중 사람이 살지 않아 장기간 비어있는 곳에는 높은 세금을 매기겠다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의 부자들이 투기 목적으로 집 매물을 싹쓸이하는 탓에 정작 캐나다의 국민들은 좋은 집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캐나다에 부동산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아마 간담이 서늘해졌을 것이다. 이 사건은 부동산은 언제든 정부에게 몰수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부자들에게 상기시켜주었다. 어쩌면 이 사건으로 인해 해외 부동산에 집중된 부자들의 투자 수요가 점점 감소할 가능성도 예측해볼 수 있다.

정부의 몰수로부터 안전한 유일한 자산은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이 담긴 지갑의 프라이빗 키(private key)를 본인이 직접 보유하고 있다면 정부를 포함한 그 누구도 내 자산을 허락 없이 가져갈 수 없다. 게다가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것은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에 비해 매우 간단하고 저렴하다. 재산세를 낼 필요도 없고, 유지보수 비용이 들어가지도 않으며, 의무 보험에 가입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특성을 일찍이 알아챈 일부 기업가, 기관 투자가, 스포츠 스타들은 이미 비트코인 매수 행렬에 동참한 상태다.

또한 비트코인은 큰 액수의 현금이 없어도 살 수 있어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놓친 중산층에게도 안성맞춤이다. 현재 업비트 거래소 기준으로 비트코인 매수 가능 최소 금액은 5000원이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표현대로, 매일 커피를 사 마실 돈 5000원을 아껴서 비트코인을 사면 어떻게 될까? 물론 비트코인은 현금 창출 능력이 없으므로 복리 효과는 없겠지만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구매력 감소를 방어할 대체투자처를 천천히 확보하는 셈이다. 마치 부자들이 가치가 하락하는 현금을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부동산으로 '교환'하는 것처럼, 중산층 국민들도 이제는 가용 가능한 현금을 부동산보다 더욱 안전한 자산으로 '교환'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물론 비트코인은 하루에도 10~20%씩 가격이 등락하는 변동성 높은 자산이다. 24시간 열려있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탓에 언제 폭락이 올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기간을 조금만 늘려서 데이터를 보면 비트코인 가격은 전반적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왔다. 블록체인 리서치 기관인 메사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10년 간 연평균 230%의 수익을 냈으며, 이는 다른 모든 자산군과 비교해 최소 10배 이상 앞선 수치로 확인됐다. 참고로 2위 자산은 미국 나스닥100 지수이며 연평균 20% 수익을 냈다.

이것이 바로 비트코인을 단기가 아닌 장기로 투자하는게 더 좋은 이유다. 단기 변동성에 연연하지 말고 꾸준히 적립식 매수하는 방식으로 장기 투자할 때 비트코인은 좋은 대체투자 자산이 될 수 있다. 참고로 미국 캘리포니아 부동산 가격도 2000년 이후로 30~50% 정도 가격이 폭락한 시기가 두 번 있었다. 이 시기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보고 저가에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들은 아마 지금쯤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누군가에겐 저가 매수의 기회를 제공하는 하나의 이벤트일 뿐이다.

비트코인은 부자와 중산층 모두에게 좋은 대체투자 자산이다. 멈출 줄 모르는 화폐 공급 때문에 끊임없이 오르는 자산가격 상승, 그리고 이로부터 자신의 재산을 지키려는 투자 행위를 범죄시하는 사회의 인식으로부터 나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탈출구이다. 만약 아직 의구심이 든다면 내일부터 당장 커피값 5000원부터 아껴보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부자들이 왜들 그리도 다주택자가 되려 하는지 몸소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백훈종 샌드뱅크 COO는…

가상자산 은행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