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다음달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경영 안정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다. 이사회를 재구성하고 임원진도 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홍원식 회장(사진)과 이광범 대표가 사퇴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전례가 있어 남양유업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남양유업은 다음달 경영 안정화를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연다고 14일 밝혔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다음달 주총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해 임원진 변동과 이사회 재구성 등을 결정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안건과 시기는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남양유업 사내이사는 홍 회장과 홍 회장의 어머니 지송죽 씨,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 상무, 이 대표 등 네 명이다. 이사진 네 명 중 세 명을 홍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맡고 있다. 홍 회장의 지분은 51.68%로,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더하면 53.08%에 달한다. 사실상 홍 회장 일가가 남양유업의 경영권과 의사결정 권한을 장악하고 있는 구조다.
다음달 주총에서 약속대로 홍 회장을 비롯해 이 대표 등 홍 회장 측 인사가 모두 퇴진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홍 회장은 지난 5월 불가리스 코로나19 마케팅 사태의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도 사의를 표했다. 홍 회장은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홍 회장과 이 대표는 여전히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홍 회장의 두 아들은 임원 승진과 복직을 통해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이날 열린 임시 주총에서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 측 인사의 신임 이사 선임과 정관 일부변경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이번 임시 주총은 당초 한앤코가 홍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 53.08%를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은 후 신규 경영진을 선임하고, 경영권을 이전받기 위한 절차였다. 하지만 남양유업과 한앤코의 계약이 틀어지면서 남양유업은 한앤코 측이 요구한 안건을 모두 부결시켰다.
한앤코는 남양유업이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 절차를 이어가는 상황에 유감을 나타냈다. 한앤코 관계자는 “매각 계약이 여전히 유효함에도 지배구조 개선 목적의 집행임원제도 도입 및 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된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