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이어온 '론스타 소송' 막바지 왔나

입력 2021-09-14 17:57
수정 2021-09-15 01:33
미국계 사모펀드(PEF)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5조원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이 9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후속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소송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국제중재 업계에서도 “언제든지 판정이 선고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 “소송 정보 최대한 공개”법무부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조정실 등 관계부처와 합동 브리핑을 열고 한국 정부에 제기된 ISD 사건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론스타 건에 대해 “소송이 끝나면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정보와 자료를 최대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은 법무부 내 ISD 전담 조직인 국제분쟁대응과 출범 1주년을 맞아 마련됐다. 이상갑 법무부 법무실장은 “정기적으로 분쟁대응단과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현황을 점검하고 후속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개시된 지 9년이 넘었고, 이미 2016년 서면공방 절차 및 심리기일이 마무리됐다. 새 의장중재인이 질의응답기일을 진행한 지도 1년이 다 돼 가고 있다.

‘론스타 사건’은 론스타가 2012년 11월 한국 정부에 ISD를 제기해 46억8000달러(약 5조148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2003년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해당 지분을 2007~2008년 HSBC에 매각하려다 실패했다. 이후 2012년 1월 하나금융지주에 지분을 팔았다.

이를 두고 론스타 측은 “한국 정부가 HSBC와 하나금융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부당하게 지연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국이 외국자본의 ‘먹튀’ 논란을 의식해 적법하지 않은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또 “금융당국이 하나금융과 공모해 외환은행 매각 가격을 낮추기 위해 부당한 압력을 가했으며, 한국 정부가 차별적이고 자의적으로 세금을 부과했다”고도 했다.

반면 정부는 “당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 정당하게 일정을 연기했다”고 반박했다. 외환은행 매각 가격 인하에 대해선 “론스타가 형사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받아 외환은행 주가가 내려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세 논란에 대해 정부는 “론스타가 내세우는 벨기에 법인은 면세 혜택을 받으려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라며 “개별 과세처분마다 구체적 사실관계를 고려했을 뿐 자의적이고 차별적 과세를 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정부, 패소 시 취소절차 나설 듯법조계는 어느 쪽이 승소해도 법무부가 후속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패소한 측에서 중재 결과에 불복해 취소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는 예측이다. 론스타 사건은 중재판정부가 명백히 권한을 이탈했거나 판정에 이유를 명시하지 않은 경우 등의 사유가 있을 때 취소 신청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취소절차에만 1년 이상이 걸린다.

일각에서는 소송 결과 자체가 해를 넘겨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중재절차 판정은 절차 종료가 선언되면 최장 180일 이내에 판정이 선고된다. 론스타 사건은 중재판정부가 현재까지 절차 종료 선언을 하지 않았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이달 절차 종료 선언이 나오더라도 실제 판정은 내년에 내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ISD는 투자자가 투자 대상 국가의 조치로 손해를 본 경우 국제중재 절차를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ISD 사건은 총 9건이다. 이 가운데 3건이 종료됐으며 6건은 진행 중이다.

안효주/최한종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