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은 ‘최악의 암’으로 불린다. 5년 생존율(12%)이 주요 암 중에서 가장 낮기 때문이다. 췌장암이 무서운 건 악성도가 높아서가 아니라 암이 온몸에 퍼질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다는 데 있다. 이상을 느꼈을 땐 더 이상 손쓸 수 없을 정도가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JW생명과학의 자회사인 JW바이오사이언스는 여기에 주목했다. 췌장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만 찾아내면 최악의 암을 극복할 길이 열릴 것으로 본 것.
JW바이오사이언스는 그렇게 3년 동안 파고들어 찾아낸 바이오마커를 14일 스웨덴 진단기업 이뮤노비아에 기술수출했다. 국내 기업이 바이오마커를 기술이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JW가 발굴한 바이오마커는 CFB다. 췌장암 초기 환자를 찾아낼 수 있는 마커다. 여기에 기존 췌장암 말기환자 진단에 써온 CA19-9를 더해 정확도를 높였다. 신촌 세브란스병원과 함께 185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한 결과 췌장암 진단 정확도가 90%를 넘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다른 암과 췌장암을 구분하는 특이도는 98%에 달했다.
이뮤노비아는 이번 계약을 통해 JW의 원천기술을 활용해 췌장암 진단키트 등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독점사용 계약이 아닌 만큼 JW는 다른 업체에도 원천기술을 추가로 팔 수 있다. JW는 한국, 미국, 유럽 21개국, 중국, 일본에서 해당 특허를 등록했다.
JW바이오사이언스도 자체 기술을 활용한 췌장암 조기 진단키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에 품목허가를 받는 게 목표다. 이렇게 되면 극소량의 혈액검사로 췌장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초기 췌장암은 수술로 완치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췌장암 5년 생존율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함은경 JW바이오사이언스 대표(사진)는 “JW의 기술력이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JW그룹은 글로벌 체외진단 시장을 뚫기 위해 2016년 JW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체외진단시장은 2018년 약 681억달러에서 2023년 879억달러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