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위한 걸림돌이 많아 보입니다. 빨리 개선하지 않으면 점점 더 힘들어질 겁니다.”
올해 4월 초 롯데 잠실월드타워 사옥에서 화상으로 열린 임원포럼, 강사로 초빙된 배상민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사진)는 롯데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를 주제로 진행된 이날 강연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신 회장과 배 교수는 이후 바쁜 일정을 쪼개 롯데의 미래를 두고 환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이 14일 롯데지주 내에 디자인경영센터를 신설하고 사장급인 초대 센터장에 배 교수를 선임했다. 배 신임 사장은 ‘뉴롯데’를 위한 브랜드 구축을 주도하는 한편 그룹 조직문화를 재설계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1971년생인 배 사장은 디자인 명문인 미국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1998년 27세 나이에 동양인 최초이자 최연소로 모교 교수로 임용됐다. 2005년 귀국해 KAIST에 사회공헌디자인연구소를 만들기도 했다. 레드닷(독일), iF(독일), IDEA(미국), 굿 디자인(일본) 등 세계 4대 디자인 어워드에서 40회 이상 수상한 국내 최고의 디자인 전문가로 꼽힌다.
“디자인이란 어떤 것이 문제인지 파악하고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는 배 사장은 롯데그룹이 계열사 간 협업을 비롯해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안을 신 회장에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임원포럼에서도 “기능과 관련한 영역은 롯데가 잘하고 있고, 앞으로 그 분야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의 영역이 될 것”이라며 “미래 전략이 무엇이어야 할지는 누구나 아는 것이지만 중요한 건 어떻게 실행에 옮기느냐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은 올 6월 지주 커뮤니케이션실 산하에 브랜드경영TF를 신설했다. 통합적인 브랜드 전략 수립 및 관리를 위해 조직을 일원화했다.
롯데그룹은 최근 잇따라 외부 인사를 영입하고 있다. 지난달엔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 산하에 헬스케어팀, 바이오팀을 신설하며 40대 상무급 임원을 팀장으로 임명했다. IMM프라이빗에쿼티와 한샘을 공동 인수하기로 하는 등 인수합병(M&A) 전략도 구체화하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