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무산' 남양유업, 임시주총서 한앤코 이사진 선임 부결

입력 2021-09-14 10:55
수정 2021-09-14 10:56

매각과 관련해 소송전에 돌입한 남양유업이 14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모펀드(PEF) 운영사 한앤컴퍼니(한앤코) 측 인사를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부결시켰다.

남양유업은 이날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임시주총을 열고 정관 일부 변경과 이사 신규 선임 안건에 대해 부결 결정을 내렸다. 약 12분 만에 결정을 내려 임시 주총은 빠르게 마무리됐다.

임시주총에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사진)은 불참했다. 대신 위임장을 통해 한앤코 측 인사 선임 반대에 의결권을 행사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홍 회장의 지분은 51.68%, 특수관계인까지 합하면 53.08%다. 홍 회장은 지난 5월 초 사퇴 선언을 했으나 여전히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한앤코 측 인사의 사내·사외이사 선임 안건 부결은 예견된 결과라는 게 식품업계 안팎의 평가다. 홍 회장은 지난 7월부터 한앤코에 남양유업을 매각하려던 계획을 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후 계약 체결 3개월 만인 이달 초 남양유업 주식매매계약(SPA) 해제를 한앤코에 통보한 바 있다.

남양유업 매각전은 소송전으로 번진 상태다. 한앤코가 매각 계약 이행 소송에 나섰고, 서울중앙지법은 한앤코가 매도인인 홍 회장 등을 상대로 낸 남양유업 주식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달 31일 인용했다.


남양유업은 다음달 추가 임시주총을 열어 이사회를 재구성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검토할 방침. '불가리스 사태' 이후 냉각된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남양유업 사내이사는 홍 회장과 그의 어머니 지송죽씨, 장남 홍진석 상무, 이광범 대표 등 4명이다. 이 대표가 사의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오너 일가 중 몇 명이 퇴진할지가 관심사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 10일 임시주총 개최를 위한 주주명부폐쇄를 공시했다. 구체적 안건과 개최 시기 등이 정해지면 임시주총 소집을 진행할 예정이다. 안건으로는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한 현재 남양유업 임원진 변동 및 이사회 재구성 등 내용들이 거론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경영 안정화를 위한 임시주총을 다음달 중으로 진행할 예정으로 안건 및 시기는 논의 중이다. 구체적 내용이 확정되면 재공시를 통해 알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를 남양유업 대표이사로 내정했다가 철회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 대표는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달 30일 남양유업 본사에서 홍 회장과 한 시간가량 면접을 보고 신임 사장으로 내정됐다고 언급했지만, 남양유업 측은 "대표이사 면접 자리가 아니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