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기업 탈피" 절박한 네이버·카카오…해외매출 효자 '웹툰' 승부수

입력 2021-09-14 10:46
수정 2021-09-15 14:38

글로벌 웹툰 시장 패권을 두고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이용자수 1위 국가와 거래액은 네이버가 앞서고 있지만 일본과 태국 시장에서 매출 1위에 오르며 성장세가 뚜렷한 카카오의 반격도 거세지고 있다. 두 기업 모두 국내 매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웹툰을 통해 글로벌 매출 비중을 높여 '내수 기업' 꼬리표를 떼겠다는 각오다.네이버웹툰, 이용자 수 압도적으로 높아 14일 글로벌 어플리케이션(앱) 분석 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은 지난 7월 월간순이용자(MAU)에서 미국을 비롯해 한국, 프랑스, 독일, 멕시코,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 대다수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이용자 1000만명을 넘어섰고 독일에서는 지난 4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곧바로 1위에 올랐다. 프랑스에서도 월 이용자 200만명을 돌파하며 1위를 질주 중이다. 이는 2~6위 플랫폼을 모두 합친 이용자의 약 6배에 달하는 숫자다.

네이버웹툰은 인도네시아(671만) 태국(313만) 대만(150만)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MAU 1위를 수성했다. 특히 이용자 규모에서 2위 플랫폼과 크게 격차를 벌리고 있다. 웹툰 산업에서 MAU는 콘텐츠 성공 필수 요소인 창작자와 팬덤의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여서 네이버웹툰이 사실상 글로벌 웹툰 플랫폼 주도권을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이버웹툰은 현재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만화 앱 수익 1위를 지키는 데다 글로벌 연간 거래액이 1조 원에 달한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매출은 일시적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통해 끌어올릴 수 있지만 사용자 수는 절대로 단기간에 얻을 수 없다. 그게 플랫폼의 진정한 힘"이라며 카카오웹툰을 사실상 저격했다.카카오웹툰, 공격적 마케팅으로 네이버 추격 웹툰 시장 만년 2인자로 평가받던 카카오는 최근 국내 시장에서 네이버와의 격차를 상당히 좁혔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8월 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 월 MAU는 956만명으로 한 달 전인 7월 763만에 비해 200만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네이버웹툰·네이버시리즈 MAU는 1199만에서 1207만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카카오의 스토리 플랫폼이 약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 8월 다음웹툰을 업데이트해 출시한 카카오웹툰에 있다. 카카오웹툰의 MAU는 7월 204만 명에서 8월 387만으로 89.7% 급증했다. 반면 네이버웹툰의 MAU는 7월 948만명에서 8월 945만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절대적 수치로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지만 카카오웹툰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웹툰의 공격적 마케팅에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웹툰은 인기 가수 아이유의 얼굴과 플랫폼 마크만을 드러내는 광고로 이목을 끌었다. 5000원 상당 이용권을 모든 이용자들에게 무료 증정하고 1000명에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주는 등 파격 프로모션을 펼쳤다. 이 기간 카카오웹툰은 국내 스토리 플랫폼 사상 최대 규모 광고를 집행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같은 카카오웹툰의 전략은 해외에서 먼저 결과를 내고 있다. 최근 태국에서 기존 1위였던 네이버의 '라인망가'를 매출에서 제치며 치열한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다. 카카오가 서비스하는 일본 웹툰 플랫폼 '픽코마'도 올해 2분기 매출 1억 달러를 돌파하며 전 세계 앱 매출 7위에 올랐다.

네이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카카오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의 지식재산권(IP)을 웹툰이나 웹소설 콘텐츠로 제작하는 '슈퍼캐스팅'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첫 번째 협력 파트너는 DC 코믹스로 방탄소년단(BTS)이 속한 하이브와 슈퍼맨과 배트맨 등 캐릭터를 보유 중이다. 앞으로 BTS 웹툰, 배트맨, 슈퍼맨을 활용한 새로운 오리지널 콘텐츠가 나올 것으로 기대돼 해외 매출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는 기존 PC 버전인 다음웹툰을 모바일 화면 형식으로 꾸몄고 카카오페이지처럼 별도 카카오웹툰 어플리케이션(앱)도 출시하며 해외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북미, 중화권, 아세안, 인도, 유럽 등으로 글로벌 플랫폼 네트워크를 지속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양사는 웹소설 플랫폼 인수전도 벌이고 있다. 네이버는 북미 시장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 1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지분 100%를 6억 달러(약 6700억 원)에 사들였다. 카카오도 올해 6월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지분을 차례로 인수했다.양사 모두 해외 매출 비중 낮아 이처럼 네이버와 카카오가 웹툰 시장에서 격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웹툰 시장 규모는 1조 원을 넘어섰다. 2013년 1500억원에서 6년 만에 7배 가까이 성장한 것. 웹툰 시장은 매년 평균 20% 이상 성장해 디지털 콘텐츠 분야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다.

글로벌 웹툰 시장을 합치면 7조원 규모로 불어난다. 웹툰 IP를 활용한 영화, 드라마 시장까지 감안한 전체 연관 시장 규모는 최대 1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웹툰 시장에 공들이는 양사의 행보 뒤에는 해외 매출 비중을 높여야 하는 절박함도 자리잡고 있다. 글로벌 성공 가능성이 가시화된 분야는 웹툰과 웹소설 정도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 이어진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광고 기반인 왓패드의 사업구조에 네이버웹툰의 결제 구조를 도입해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며 "왓패드가 진행 중인 90여개의 영상화 프로젝트를 포함해 2차 저작물 사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 매출 비중을 장기적으로 35%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 역시 지난 5월 컨콜에서 "올해는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두 자릿수 넘게 차지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카카오의 해외 매출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적은 없으나 한 자릿수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막강한 플랫폼으로 국내에서 문어발식 확장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카카오와 네이버에게 웹툰 등 스토리 산업은 해외 매출을 높여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비즈니스"라며 "해외에는 체계화된 웹툰 플랫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선진화된 시스템과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면 글로벌 스토리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