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픈카 사망 사건…유족 "엄벌 요구" VS 가해자 "고의 없었다"

입력 2021-09-13 20:15
수정 2021-09-13 20:17
30대 남성이 제주에서 렌터카로 음주운전을 하다 여자친구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고와 관련해 유족 측이 법정에서 딸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13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34) 씨에 대한 3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이 신청해 증인석에 오른 피해자의 언니 B 씨는 "피해자와 다툰 뒤, 차가 출발했고, 피고인이 '안전벨트 안 맸네?'라고 말한 뒤 이후 몇 초 만에 급가속으로 사고가 났는데 이건 고의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B 씨는 "동생의 꿈은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었다. 사고 당일부터 병원에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지만 우리는 동생이 숨만 쉬기만을 바랐다. 그런데 동생은 결국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세상을 떠났다"며 피고인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이후 증인석에 선 피해자의 어머니 C 씨는 "(피해자와) 결혼을 생각했다는 사람이 어떻게 면회를 한 번도 안 올 수 있느냐"며 "내가 부탁까지 했는데도 오지 않았다. 내 딸의 억울한 마음을 풀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하면서 오열했다.

이에 대해 A 씨의 법률대리인은 "피해자 유족을 의식한 검찰이 무리하게 피고인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고 반발했다. 이어 A 씨 측은 "사고 당일까지도 제주 여행에서 다정하게 사진을 찍으며 지냈다"며 “살인 혐의를 씌운 건 검찰의 무리한 기소다"고 항변했다.

사고 이후 경찰은 음주 교통사고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피해자 유족들이 살인미수 고발장을 제출하자 고발인 조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교통사고 감정서 등을 토대로 피고인에게 살인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4일 오후 3시 공판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해당 사고는 2019년 11월 10일 오전 1시께 발생했다. 혈중알코올농도 0.118% 상태였던 A 씨는 사고 직전 피해자에게 "안전벨트 안 맸네?"라고 말한 뒤 렌터카였던 오픈카 차량을 몰아 연석과 돌담, 2차로에 주차된 경운기를 차례로 충격하는 사고를 냈다.

당시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채 조수석에 탔던 피해자는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갔다. 이후 피해 여성은 의식불명 상태로 약 10개월간 병상에 누워있다가 결국 사망했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