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가족기업 케이큐브 집중 조사…카카오 "상생案 곧 발표"

입력 2021-09-13 17:18
수정 2021-09-14 01:46
공정거래위원회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직접 겨누면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공정위가 가맹택시에 호출을 몰아준 혐의로 카카오모빌리티를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김 의장도 공정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김 의장은 ‘상생협력방안’을 내놓는 등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대해 진화에 나설 전망이다.

케이큐브홀딩스 지정자료 제출 누락공정위가 카카오와 케이큐브홀딩스 현장조사에 나선 것은 김 의장이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케이큐브홀딩스 관련 사항을 고의로 누락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지정자료란 공정위가 ‘공시 대상 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공정거래법에 따라 각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부터 제출받는 계열회사·친족·임원·주주 현황 자료다.

케이큐브홀딩스는 10.59%의 지분을 보유한 카카오의 2대 주주다. 사실상 카카오의 지주회사로 평가받는다. 김 의장의 남동생 김화영 씨가 지난해까지 대표를 맡았다. 김 의장의 부인 형미선 씨는 이 회사 임원에 등재돼 있고, 김 의장의 아들 김상빈 씨와 딸 김예빈 씨도 이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공정위는 기업이 지정자료 제출에 불성실하게 임할 경우 이를 검증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서, 보고 누락에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다. 관건은 고의성 여부다. 만약 공정위가 고의로 보고를 누락했다고 판단하면 김 의장에 대한 검찰 고발이 불가피하다. 고의가 아니라 실수라고 판단할 경우엔 단순 경고에 그칠 수 있다.

공정위는 케이큐브홀딩스가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을 위반했는지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지난해 업종을 경영컨설팅 서비스업종에서 금융업으로 변경했다. 금융사인 케이큐브홀딩스가 비금융사인 카카오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지배구조가 법 위반으로 확정되면 케이큐브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 지분 10.6%에 대한 의결권을 포기하거나 카카오그룹이 지배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대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몸 낮추는 카카오, 불안한 IT업계공정위의 압박 공세가 거세지자 김 의장은 조만간 정치권과 정부의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과 카카오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그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 카카오T 콜 몰아주기 의혹 등 지금까지 카카오에 제기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내용을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플랫폼 소비자와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상생협력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도 밝힐 전망이다.

김 의장의 발표 이후 각 계열사는 사업 영역에 맞는 구체적인 상생안을 내놓는 수순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의장이 직접 나서서 카카오만의 상생협력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관련 내용이 정해지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사재를 털어 상생기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지난 2월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발표하고, ‘브라이언임팩트’ 재단을 설립했다.

김 의장이 상생협력안을 직접 챙기면서 사태 진화에 나선 것은 “정부와 맞서서 얻을 것이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T의 ‘콜몰아주기’ 혐의 등 다양한 이슈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와 각을 세우긴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정보기술(IT)업계에선 언제든지 불똥이 옮겨 붙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위의 케이큐브홀딩스 조사에 대해 “공포스럽다”는 반응이다. 정치권이 카카오를 연일 난타하는 가운데 정부가 또 다른 이슈를 제기하는 모습이어서다.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실제 잘못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여론몰이를 하려고 당정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서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지훈/구민기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