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은 듯 안 입은 듯"…'시선 강탈' 레깅스의 진화

입력 2021-09-14 06:01
수정 2021-09-14 08:56

'반바지 레깅스' '조거핏 레깅스'에 이어 초경량 레깅스가 출시되면서 한층 다양해진 레깅스 제품군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제품 다변화와 시장 규모 성장으로 국내외 레깅스 업계가 호실적을 올리는 배경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레깅스 브랜드 젝시믹스 운영사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초경량 레깅스 '블랙라벨 시그니처 300N 수퍼라이트'를 최근 출시했다. 이 제품의 무게는 109g으로 입은 듯 안 입은 듯한 가벼운 착용감을 느낄 수 있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기존 젝시믹스 제품 대비 절반(49%)가량 무게를 줄인 셈이다.


측면의 봉제선을 없애 요가나 필라테스처럼 유연성을 요구하는 운동을 하거나 일상에서도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허리 말림을 방지하기 위해 안감과 겉감 길이에 차이를 둬 피부에 밀착되도록 했으며, 허리 부분에 머리카락 두께의 마이크로 투명밴드를 내장해 착용 시 늘어짐을 방지했다. 밀도가 높은 원단을 적용해 비침 걱정을 없애고 빛을 흡수하는 원사를 혼합해 광택을 없애는 노력도 가미됐다.

업계는 길이와 핏을 달리한 레깅스를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반바지 레깅스는 발목까지 오는 긴 레깅스와 달리 무릎 위나 허벅지 중간 길이로 제작돼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도 입고 벗기 편하다.

허리와 발목에 밴드가 있는 대신 핏은 몸에 딱 달라붙지 않고 넉넉한 '조거핏' 레깅스도 있다. 안다르는 올가을 주력 제품으로 '에어스트 스트링 조거팬츠'와 '에어소프트 조거핏 레깅스'를 선보였다. 젝시믹스에서도 '미디움페더 조거팬츠' 등이 인기 품목으로 판매되고 있다. '조거팬츠'는 조거(Jogger·조깅하는 사람)와 바지(Pants)의 합성어다.

자연스레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7년 6801억원이던 국내 레깅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7620억원으로 12% 성장했다. 올해도 5% 이상 성장해 시장 규모 8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레깅스 시장을 이끄는 젝시믹스 매출은 크게 증가했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2.1% 증가한 86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중 레깅스가 주력 제품인 젝시믹스 매출이 703억원으로 전체 실적의 81%에 달했다.

레깅스 활용도가 높아진 게 호실적 배경이 됐다. 온라인 쇼핑몰 리뷰 솔루션을 개발한 크리마에 따르면 쇼핑몰 내 레깅스 상품 리뷰 분석 결과 레깅스 활용도 변화가 관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레깅스 제품 리뷰에서 '물놀이' '워터' '군살' 라인' 등 여름 휴가 및 운동기능과 관련된 키워드가 다수 노출됐지만 2020~2021년에는 '홈트(홈트레이닝)', '외출복', '편안함' 등 일상 영역 관련 키워드가 나타났다.


레깅스 업체들의 호실적은 해외도 마찬가지다. '요가복·레깅스의 샤넬'로 불리는 캐나다 기업 룰루레몬의 올해 2분기 매출은 14억5000만 달러(약 1조7000억원), 순이익 2억81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61%, 140% 껑충 뛰었다. 전 세계적으로 전년대비 매출이 49% 증가했고 북미 매출은 63% 늘었다.

운동복이지만 일상복처럼 입을 수 있는 '애슬레저' 유행이 매출 상승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족'이 늘어난 것 역시 전체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미국의 경제 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현지 애널리스트들은 "코로나 사태 초기 룰루레몬 역시 타격을 일부 받았지만 프리미엄 제품을 꾸준히 개발해 높은 마진을 기록, 생산성이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평가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