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2% 수준으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13일 BOK이슈노트 '코로나19를 감안한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 재추정'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 포함된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은 2% 수준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지난해와 올해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2.2% 내외로 추정됐으며, 이는 기존 추정치(2019년 8월) 2.5~2.6%와 비교해 0.3~0.4%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노동과 자본 등을 투입해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 없이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로, 한 나라 경제의 중장기 체력을 뜻한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구조적인 요인도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로 고용사정이 악화되고, 서비스업 생산능력이 저하된 점이 주요 하락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배병호 거시모형부 부장은 "2000년대부터 인구 요인들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져왔지만, 코로나 위기는 결이 다르다"며 "저성장으로 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코로나 위기가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코로나19 충격은 △공급망 약화 △재택근무 확대에 따른 조정비용(IT 인프라 구축 및 직원교육 등) 증가 △구조적 실업에 따른 이력현상 △서비스업 생산능력 저하 및 자원배분 비효율성 증대 등으로 총요소생산성 저하 경로를 통해 나타났다.
더불어 온라인 수업 확대에 따른 육아 부담 증가, 대면서비스업 폐업 등으로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노동 투입이 감소했다. 기혼 여성의 고용악화 뿐 아니라 고령층(55~64세)의 비자발적 실업이 크게 증가한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우 우리나라 2020~2022년 잠재성장률은 1.8%로 추정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4%로 보고 있다. 코로나 충격의 영향에 대한 인식 차이, 추정 모형 및 추정방법 등에 따라 기관별로 차이가 발생한 결과다.
한국은행은 잠재성장률이 이전 추세로 회복하기 위해선 코로나19 상흔효과를 최소화하고, 향후 경제구조 변화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성장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기업의 투자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며, 고용여건이 취약해진 여성과 청년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배 부장은 "통화정책이나 정책적 대응을 통해 코로나 상흔을 최소화하면 레벨이 아닌 잠재성장률이 중기 전망 수준으로 다시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