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연료탱크 제조사 일진하이솔루스가 주당 7만원대로 주저앉으며 고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두 배 상장 후 상한가 진입)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고점 대비 주가가 14% 가까이 하락했다.
향후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수소연료탱크 외에도 수소튜브 트레일러 같은 수소 충전소용 저장용기 상용화 등 투자 매력도가 여전히 높다는 평이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차·SK·포스코 등 국내 주요 그룹이 주축이 된 수소기업협의체 출범과 함께 수소인프라 확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도 일진하이솔루스에 호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일진하이솔루스는 지난 1일 공모가(3만4300원) 대비 2배의 시초가를 형성한 뒤 가격제한폭(29.88%)까지 상승, 8만9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튿날(2일)에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9만1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3조3262억원에 달했다. 공모가 대비 167%가량 높은 수치였다.
가파른 주가 상승곡선을 그리던 일진하이솔루스는 외국인 매도 물량에 주춤하기 시작했다. 상장 9거래일 만인 지난 10일 주당 7만8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고점 대비 13.8% 하락하며 시총도 2조865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기간 일진하이솔루스의 투자자별 거래실적을 살펴보면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은 481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537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관은 72억원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일각에선 고점론이 나온다. 주당 9만원대이던 일진하이솔루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90배 수준이다. 통상 수소차와 비교하는 2차전지 소재기업들은 40~50배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단 일진하이솔루스의 2023년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잡으면 PER은 51배 수준이다.
증권가에선 성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향후 선박 등 다양한 분야로 수소 활용이 확장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수소인프라 확충은 일진하이솔루스의 수소튜브 트레일러를 부각시키는 대목.
일진하이솔루스는 수소차에 싣고 다니는 차량 장착용 수소탱크를 주로 만들다 이번에 트레일러로 이동시킬 수 있는 타입4 수소튜브트레일러를 출시했다. 트레일러 내부에 보관한 수소는 충전소 압축 패키지 과정을 거쳐 수소차 연료로 공급한다. 트레일러가 운송차량으로 수소 충전소에 도착하면 트레일러만 설치하고 차량은 다시 돌아가는 방식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일진하이솔루스가 고객사의 수소연료전지차 생산 확대 계획에 맞춰 높은 성장성이 예상되는 만큼 기업가치 매력도 높다"며 "현재 여러 모빌리티에 적용되는 수소저장용기는 물론, 수소 운송에 활용되는 튜브트레일러 제품에 대한 실증이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 양산과 사업화 계획을 기대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과 수소 선박 공동개발에 관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에서 건조되는 수소 연료전지 선박에 고압 수소연료 저장시스템을 공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통상 수소 선박은 수소차보다 훨씬 많은 양의 수소가 필요하다. 회사 측은 수소 컨테이너선 한 척에 수소차 약 1만5000대 분의 수소연료탱크가 탑재된다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 모멘텀도 남아있다. 김다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 수소 인프라 확대 정책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올해 2월에서 발표가 연기된 수소경제로드맵 2.0도 4분기 중 발표가 예정돼 있어 하반기 정책 모멘텀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