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까 지울까 고민하는 동안
사람 하나 저 멀리서 크게 소리친다
둘이 만나는 일이란 다 그런 것이라고
나는 발음된 적도 없었다고
그저 있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시집 《고양이 게스트하우스 한국어》(창비) 中
시옷은 산처럼 홀로 서 있기에도 어느 글자 사이에 끼어 있기에도 적당한 것만 같습니다. 시옷 하나 적었을 뿐인데 두 글자가 하나의 새로운 단어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니. 시옷 하나를 두고, 시옷의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시옷은 ‘사랑’을 부를 때도, ‘사람’을 부르기에도 그 마음을 온전히 발음하기에 부족한 것만 같습니다. 있어도 부를 수 없고 없으면 허전한 사이시옷 같던 때를 문득 떠올리게 되는 월요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누군가’는 있었던 사람이 아닌 여전히 있는 사람으로 떠올리는 날입니다.
이서하 시인(2016 한경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