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 지수인 S&P500은 올 들어 20% 넘게 상승했다. 델타 변이의 급속한 확산에도 사상 최고치 행진을 거듭해왔다. 경고등이 켜진 건 이달 들어서다. 물가 급등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상황에서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어서다. 월가의 투자 전문가들은 조만간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착수에 따른 유동성 축소가 불가피한 만큼 “소나기는 피하라”는 조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많이 오른 성장주 비중을 줄이는 대신 배당주·경기민감주를 담으라는 제안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1일(현지시간) ‘파티 음악이 느려지는데 계속 춤을 출 건가’란 보고서에서 “물가 압력이 세지는 가운데 물류 대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연말 증시가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미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아예 ‘비중 축소(underweight)’로 조정했다. 이 투자은행의 연말 지수 전망치는 4000에 불과하다. 지난 10일 종가(4458.58) 대비 10.3% 낮은 수치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 성장률 예상치를 당초 6.0%로 봤으나 최근 5.7%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분기에 6.6%를 기록했던 미국의 성장률은 4분기에 5.5%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또 다른 투자은행인 스티펠 니콜라우스는 S&P500지수가 올해 말 3800으로, 지금보다 15%가량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증시 조정론의 첫 번째 근거는 통화정책의 변화다. Fed의 긴축 전환이 임박했다는 것이다. Fed의 테이퍼링은 오는 11월께부터 본격화할 것이란 게 월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테이퍼링 종료 이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 증시엔 더욱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상장 기업들의 실적 흐름도 최근 들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분기 기준 S&P500 상장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13%로 높지만, 향후 실적 가이던스가 긍정적이지만은 않아서다. 월가의 21개 투자회사는 올해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이 37% 급증하겠지만 내년엔 1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는 것도 기업들엔 압박 요인이 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출범 직후부터 법인세를 종전 21%에서 28%로 올리겠다고 공언해왔다.
하락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어떤 투자 전략을 짜야 할까. BoA는 인플레이션 혜택을 볼 수 있는 배당주와 경기민감주를 추천했다. 에너지와 금융, 소재주 등이 대표적이다. 중소형주(스몰캡)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들 종목은 미 경제 성장과 밀접하게 연동하는 특성을 보이는 데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측면에서도 향후 10년간 유리할 것이란 판단이다.
여전히 뉴욕증시가 장기 활황을 보일 것이란 투자회사도 있다. UBS가 대표적이다. 이 투자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말 S&P500지수 전망치를 4650, 내년엔 4850으로 예상했다. JP모간은 가계 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 확대, 경제성장률 및 기업 생산성 향상, 유연해진 통화정책 등을 들어 지수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강영연 특파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