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1년차' DL케미칼의 재발견

입력 2021-09-12 17:47
수정 2021-09-13 00:44

DL그룹(옛 대림그룹)의 석유화학 자회사인 DL케미칼이 ‘홀로서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향후 5년간 2조원을 투자하는 등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국내 중견기업 규모의 석유화학사 이미지를 벗어나 세계 20위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김상우 DL케미칼 부회장(사진)의 구상이다. 상반기 보유 현금 1조원 달해 12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DL그룹 지주사인 DL은 지난달 30일 보유 중인 DL에프엔씨와 카리플렉스 지분 전량을 DL케미칼에 현물출자했다. DL에프엔씨는 플라스틱 가공 업체다. 카리플렉스는 수술용 장갑 등을 생산하는 미국 크레이튼사의 합성수지고무 사업부로, DL그룹이 지난해 3월 5억3000만달러(약 6200억원)에 인수했다.

이번 현물출자를 통해 DL케미칼은 DL이 보유하고 있던 DL에프엔씨와 카리플렉스 지분을 모두 보유하게 됐다. ‘DL→DL케미칼→DL에프엔씨·카리플렉스’로 이어지는 그룹 석유화학 사업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마무리된 것이다.

DL케미칼은 향후 5년간 석유화학 사업에 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한 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DL케미칼이 지난 9일 친환경 핫멜트 접착제 생산을 위해 미국 렉스택과 합작법인을 설립한 것도 이 같은 계획의 일환이다.

투자 여력도 충분하다. DL케미칼의 올 6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208억원에 달한다. 1분기(3855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 6월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해 4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곳간’이 넉넉해졌다. DL에프엔씨와 카리플렉스가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영업이익(연결 기준) 반영을 통한 보유 현금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DL케미칼은 개별 기준 올 상반기까지 53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작년 한 해 영업이익(640억원)에 버금간다. 올해는 1000억원을 무난히 넘을 전망이다. 회사는 DL에프엔씨와 카리플렉스 실적을 합친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톱20 화학업체 목표”DL케미칼의 주력 제품은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폴리에틸렌(PE) 및 폴리부텐(PB)이다. PB는 윤활유, 건설용 접착 마감재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PB는 연 100만t가량이며 DL케미칼은 여수공장에서 연간 20만t을 생산한다. 작년 기준 시장 점유율 23.3%로, 세계 1위다.

DL케미칼은 기존 합작법인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예정이다. DL케미칼은 한화솔루션과 각각 지분 50%를 투자해 1999년 여천NCC를 설립했다. 여천NCC의 주력 제품은 에틸렌이다. 글로벌 화학기업인 라이온델바젤과 합작 설립한 폴리미래는 폴리프로필렌(PP)을 생산하고 있다.

DL케미칼 투자는 김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SK텔레콤 상무 출신으로 2012년 대림산업 전무로 합류한 그는 7년 만인 2019년 부회장에 올랐다. 석유화학사업부 대표를 맡다 올초 DL케미칼이 분할된 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1966년생으로, 30대 그룹 전문 경영인 부회장 중 최연소다.

김 부회장의 목표는 ‘세계 톱20 석유화학사’다. 미국 화학학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세계 20위 안에 포함된 업체는 LG화학(7위)이 유일하다. 김 부회장은 “글로벌 사업 확장 및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글로벌 화학업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