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들이 비상장기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헤지펀드까지 비상장사 투자를 통한 고수익률에 주목하면서다. ‘비상장사 투자는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영역’이라는 그간의 고정관념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 상반기 헤지펀드들은 비상장사 투자에 1530억달러(약 178조원)를 투입했다. 투자 건수로는 770건이다. 미 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반기 기준 헤지펀드의 비상장사 투자액이 1500억달러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헤지펀드의 지난해 연간 비상장사 투자 실적(753건·960억달러)을 이미 뛰어넘었다. 올 상반기 헤지펀드의 비상장사 투자 중 75%는 ‘초고위험’으로 꼽히는 초기 벤처기업에 집중됐다.
헤지펀드들이 비상장사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수익률 관리 때문이다. 지난해 말까지 10년 동안 VC와 PEF 운용사의 평균 투자수익률은 14.2%인 데 비해 같은 기간 헤지펀드의 수익률은 7.1%에 그쳤다. 비상장사 투자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고수익으로 이어진 투자 기회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비상장사 투자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7조4000억달러에 도달했으며 2025년에는 두 배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비상장 스타트업들이 과거보다 많은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도 헤지펀드들의 전략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초기 스타트업의 투자금 조달 건수는 2006년 이후 현재까지 세 배로 급증했다. 반면 미 상장사 수는 1996년 대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기업공개(IPO)가 임박한 단계에서 투자 기회를 잡기란 더욱 어려워졌다. 헤지펀드가 비상장사 투자에 적극 진출하게 된 배경이다. FT는 헤지펀드들이 비상장사 투자를 늘린 결과 올 들어 수익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아직은 일부 헤지펀드가 비상장사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올 상반기 비상장사에 투자한 헤지펀드는 전체의 4%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의 자금 동원력은 상반기 전체 비상장사 투자액의 25%를 차지할 만큼 막강했다는 분석이다.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 코아추매니지먼트 등은 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과의 접촉을 확대하고 있다.
서드포인트, 마셜웨이스 등은 상장 직전 기업에 투자해 상장 후 수익을 내는 펀드를 출시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헤지펀드와 PEF, VC의 투자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는 추세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