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년' 햄버거만 웃었다…日 소비시장 격변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1-09-12 09:02
수정 2021-09-12 13:08

코로나19 확산 2년째를 맞아 외식업 가운데 유일하게 햄버거 소비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술값이 83% 급감하는 등 나머지 외식업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렌터카 등 자동차 관련 소비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가운데 자동차 위생용품 수요는 늘어나는 등 코로나19가 일본인의 소비형태를 완전히 바꿔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요미우리신문이 총무성의 가계조사 통계를 집계한 결과 올해 1~7월까지 1세대당 햄버거 소비지출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1~7월보다 20% 증가했다. 지난해 1~7월에도 햄버거 소비는 11% 늘어나 외식업 가운데 유일하게 성장했다.

맥도날드의 일본 법인인 일본맥도날드홀딩스의 8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늘었다. 맥도날드 매출은 14개월 연속 전년 실적을 웃돌고 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외출을 자제하면서 내방객이 줄었지만 테이크아웃과 배달 수요는 이를 웃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외식업의 실적은 참담했다. 술값은 83%, 일반식당은 25%, 중화소바(라면)는 24% 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가 긴급사태를 선언하면서 이자카야와 식당에 휴업 및 영업단축, 알콜 제공 금지를 요청한 영향이다.

외식업이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는 가운데 햄버거 소비만 늘자 대형 이자카야 체인인 도리기조쿠홀딩스와 패밀리레스토랑 체인 운영사 로열홀딩스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시장에 진출했다.

다른 시장에서도 코로나19의 영향은 뚜렷했다. 의약품 시장에서는 감기약 소비가 18% 줄어든 반면 외상·피부병약은 26% 늘었다. 손씻기 등 위생관념이 높아지면서 감기에 잘 안 걸리는 반면 집에서 요리를 해먹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화상 등 외상을 입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자동차 시장에서는 휘발유값과 렌터카 및 공유차 소비가 16%, 23%씩 줄었다. 반면 자동차 등 관련 용품 소비는 12% 늘었다. 차내 위생을 강화하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시트커버와 세차용품 수요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소비시장의 명암도 엇갈렸다. 조명기기와 PC 소비가 63%, 50%씩 급증한 반면 신사복과 와이셔츠는 47%, 31%씩 줄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수습되고 사회경제활동이 정상화하면 고전을 면치 못하던 업종의 수요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나타난 생활양식도 정착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구가 나오코 닛세이기초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출점전략과 업태전환 등의 측면에서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