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산대교 '통행료 면제' 반대, 국민연금의 당연한 의무다

입력 2021-09-10 17:23
수정 2021-09-11 00:02
일산대교 운영권자인 국민연금공단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통행료 면제 및 운영권 회수(공익처분) 방침에 대해 첫 입장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공단은 “국민연금이 손해 보지 않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적절한 보상이 없으면 법과 원칙에 따라 해결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 지사 발표 뒤 엿새 만에 나온 반응이지만, 사실상의 반대라는 점에서 일단은 다행스럽다.

이번 논란은 ‘인접 지역민이 수혜를 볼 일산대교 통행료 면제를 위해 경기도민 전체의 세금을 동원하는 게 정당한가’ 하는 물음 외에도 ‘헐값 보상’에 대한 국민연금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졌다. 2038년까지 운영권을 보장받은 국민연금이 그에 따른 기대수익을 7000억원으로 추산하는 데 비해, 이 지사는 보상금으로 2000억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8년간 누적적자 557억원을 감내하고 2017년 흑자전환시킨 국민연금의 노력에 박수는커녕 “봉이 김선달에 가깝다”고 이 지사가 맹비난한 것은 턱없이 낮은 보상에 대한 명분축적용이자, 여론 공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연금 측 대응은 국민 노후자산의 안정적 관리라는 소임에 튼튼히 뿌리내리고 있어야 한다. 기금 운용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훼손할 경기도의 보상 수준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국민연금은 ‘선량한 관리자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고, 배임 시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경기도가 방침을 강행할 경우 소송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해야 마땅하다.

물론 문제의 1차적 책임은 ‘통행료 면제’라는 인기영합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이 지사 측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 없다. 그러나 이 같은 포퓰리즘적 전횡에 밀리기 시작하면 “공정과 평등의 이름으로 전국적으로 포퓰리즘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것”(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이란 우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당 내에서도 같은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나쁜 선례가 현실화하면 앞으로 민자사업은 추진 자체가 어려워지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위축과 국민 후생 감소가 불가피해진다. 만약 운영권 주체가 외국자본이라면 국가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30여 년 뒤 고갈이 예고된 국민연금은 그 어떤 정치적 눈치보기 없이 국민노후를 책임진 기관으로서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