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재난지원금과 관련, 이의신청이 폭주하자 더불어민주당이 지급대상을 ‘하위 88%’에서 ‘하위 9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급 여부를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정하다 보니 부당한 경우가 많아 이의 신청이 벌써 5만 건을 넘고 있기 때문이다. 재산이 많아도 소득이 적으면 대상이 되는 반면 재산도 집도 없는 맞벌이 부부는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등 불합리한 사례가 속출하자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혼란은 이미 예고됐다. 코로나로 정말 어려운 자영업자·소상공인·중소기업 등에 동원 가능한 예산을 다 쏟아부어도 모자랄 판에 코로나 피해가 없는 봉급생활자를 포함, 거의 모든 국민에게 돈을 살포하기로 했을 때부터 예견된 것이다. “어차피 막 뿌리는 돈 써보기나 하자”고 기다리다 억울하게 제외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앞다퉈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판단이 애매하면 가능한 한 지원해 드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고,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경계선에 있는 분들이 억울하지 않게 최대한 이의신청에 대해 구제하는 방안을 당도 정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난지원금으로 생색을 내려다 오히려 뺨 맞게 생기자 우는 아이 달래듯, 떼쓰면 다 주겠다는 식이다. 지난 7월 초 하위 80%에 지급하기로 당정이 합의했다가 여야 양쪽에서 ‘전 국민 지급’ 주장이 나오면서 대상이 88%로 확대되더니 또다시 90%로 바뀔 모양이다. 이런 식이라면 누군가 또 거세게 항의하면 ‘하위 99%’까지 주자는 소리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현금 살포 포퓰리즘과 공짜 돈 서로 받겠다는 심리가 맞물려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파탄난 몇몇 중남미 국가들에서 벌어지던 일이 지금 대한민국에서도 버젓이 재연되고 있다. 타락한 민주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따지고 보면 재난지원금은 ‘공짜 돈’도 아니고 정부·여당이 주는 돈도 아니다. 모두 국민이 낸 세금에서 나오는 국민의 돈이다. 그걸 정부·여당이 마치 제 주머니에서 내주듯, ‘지원’이니 ‘구제’니 하며 국민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고약한 것은 빚까지 내가며 지원금을 뿌리고 있다는 점이다.
재난지원금은 국민이 이자까지 보태 갚아야 하는 미래의 빚이다. ATM에서 인출한 현금서비스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런데 그걸 서로 받겠다고 아우성이고 정부·여당은 원하면 더 빚내서 쓰라고 부추긴다. 참담한 생각이 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