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룩북'(look book)이란 패션 브랜드의 디자인 경향이나 스타일을 담은 사진집을 뜻한다. 새로운 콘텐츠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튜브에서도 이러한 룩북 영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문제는 일부 유튜버들이 스타일링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탈의하는 과정을 공개하고 있어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요즘 유튜브 룩북 영상들 특징'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요즘 룩북 영상은 속옷만 입고 찍는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유튜브에서 '룩북'이라고 검색했을 때 란제리 차림의 여성 유튜버들의 섬네일(Thumbnail, 미리보기)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회수는 100만 회에서 900만 회까지,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유튜버 A 씨는 '워커 하나로 4가지 데일리룩 코디하기'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게재했으나, 섬네일은 속옷만 입은 채였다. 이 유튜버뿐만 아니라 '미니 스커트 룩북', '스카프 룩북', '회사 비서의 일주일 코디, 사무실 룩북' 등 영상을 올린 유튜버들도 의도와는 다른 선정적인 사진을 내걸었고 노골적으로 제목을 쓰기도 했다.
유튜버 B 씨의 룩북 영상에는 특별한 자막도 설명도 없었다. 그저 킬힐에 속옷만 입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다 주제에 맞는 옷을 입었다. 탈의 과정 또한 숨김이 없었다. 바로 또 다른 착장의 옷을 입고, 벗었다.
구독자들은 "같이 일하고 싶은 직장 동료 1위", "차원이 다른 룩북" 등의 호응을 보였으나 커뮤니티상에서는 스타일링을 보여주기 위한 '룩북' 콘텐츠에 굳이 왜 몸을 노출하느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네티즌들은 "데일리룩 보려고 검색할 때마다 노출이 심한 영상이 나와 거부감 든다", "옷 입고 나온 것만 보여줘도 됐을 텐데", "섬네일 영상이 너무 자극적이다. 룩을 보여주는 게 목적이 아닌 듯", "영상 자체는 다양한 스타일링을 보여줘서 도움이 될 때도 있는데 왜 하필 속옷인지… 런닝이나 속바지 입고 찍어도 좋았을 텐데 아쉽다", "누구나 볼 수 있는 플랫폼에 속옷만 입은 몸을 전부 공개한다는 게 놀랍다", "조회수가 낳은 괴물들"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 같은 룩북 영상이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속옷이 아니라 비키니라고 생각하고 보면 괜찮다. 내 몸매와 비교하면서 착장을 볼 수 있어서 좋다", "통통한 체형의 유튜버도 있어서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참고할 수 있다", "옷을 설명하며 예쁘다고 연발하는 것보다 더 와닿을 수 있게 시각화해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속옷만 입은 몸을 보여줬다는 것만으로 문제 삼기는 좀 힘들 것 같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유튜버 C 씨는 "처음엔 당당하게 내 체형을 보여주고 비슷한 사람들이 참고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룩북'을 시작했다. 하지만 의도와는 달리 노골적으로 몸매를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움츠러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일반적인 스타일링 사진보다 이너웨어 차림의 섬네일로 올린 영상이 더 조회수가 높은 것도 사실"이라며 "유튜버의 선택이기 때문에 무작정 비판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귀띔했다.
치과의사이자 유명 유튜버 이수진 또한 요일별 룩북을 공개한 바 있다. 그는 블랙 컬러의 속옷만 입고 등장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요일별 의상을 즉석에서 갈아입었다.
그는 룩북 콘텐츠 때문에 미국 유튜브 계정이 삭제됐다고 밝혔다. 이수진은 "보통 유행하는 룩북의 형태는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한다"며 "구글 AI가 보기에 내 몸이 좀 야했나? 많은 사람들이 보기도 전에 폭파됐다"고 아쉬워했다.
유튜브 '과도한 노출 및 성적인 콘텐츠에 대한 정책'에 따르면 음란물은 유튜브에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연령 제한 콘텐츠 정책에는 동영상의 초점을 가슴, 엉덩이 등에 맞췄는지 여부, 인물 자세가 시청자를 성적으로 자극하려는 의도로 연출되었는지 여부, 인물의 동작이 키스, 관능적인 댄스, 애무 등 성적 행위를 도발하는지 여부 등 기준이 있다.
일각에서는 속옷 차림의 룩북 또한 신종 노출 영상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러한 룩북 영상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이며 매일같이 방대한 양의 영상이 쏟아지고 있어 콘텐츠 생산과 소비를 막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