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권 수립 73주년을 맞아 열병식에 참석한데 이어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부인 리설주도 4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미 양국은 북한 행보에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며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김정은 동지께서 리설주 여사와 함께 공화국창건 73돌에 즈음해 9월 9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이날 참배에는 최근 새로 임명된 림광일 군 총참모장을 비롯해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노동당 조직비서, 김덕훈 내각총리 등 당 고위 간부들이 동행했다. 리설주는 지난 5월 이후 약 4개월만에 공식석상에 등장했다.
김정은은 이날 열병식 참가자들과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날 김정은과 함께 사진을 찍은 한국의 예비군격인 노농적위군 병력 수 백명은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고 김정은을 향해 환호했다. 김정은은 이들을 향해 “공화국 창건일에 거행한 장엄한 열병식을 통해 우리 국가의 민간 및 안전무력의 전투력과 단결력을 남김없이 과시했다”고 말했지만 별도의 대외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다.
열병식에 등장하지 않아 신변 이상설 등이 제기됐던 김여정은 이날 금수산궁전에는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금일 조선중앙TV에서 방영한 금수산궁전 참배 영상에서 김여정 부부장이 식별됐다”고 전했다.
‘내부 결속’에만 집중한 북한의 이날 행보에 한·미 양국은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미국에 있어 우리의 목표는 계속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될 것이고, 우리는 그 목표를 위해 외교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번에 남북 관계 등 대외 관계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만큼 대외정책을 포함한 향후 북한의 정책기조에 대해서는 최고인민회의, 당 창건일 등 주요 정치행사 동향을 주시하면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