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정부가 갚아야 할 빚(국가 부채)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습니다. 코로나19에 중병이 든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각국 정부가 빚을 많이 내서 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국가 부채가 92조달러(약 11경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습니다. 92조달러는 어마어마한 돈입니다. 한국의 1년 무역액(수출+수입)이 1조달러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 세계는 빚더미 위에 앉아 있다고 할 만합니다.
한국도 세계의 빚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 부채는 올해 말 957조원에 달합니다. 내년 말이면 1000조원을 넘어 1068조3000억원에 이를 거라는군요. 국민 1인당 2000만원꼴입니다.
한 나라의 부채가 적정한 수준인지를 따질 때 학자들은 국내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 규모와 비교해 봅니다. 1년간 버는 것(부가가치 생산액)보다 덜 쓰느냐, 더 쓰느냐를 보는 지표(National debt to GDP ratio)죠.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이라는 겁니다.
한국의 GDP 대비율은 작년 43.8%에서 올해 47.3%로 늘어납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증가해서 50.2%를 기록할 듯합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문제라고 합니다. 각종 복지 예산과 선심성 씀씀이가 몇 년 새 급증한 게 원인입니다.
국가 빚을 엄격하게 따지는 사람은 우리나라 부채가 안심할 단계를 이미 넘었다고 지적합니다. 이들은 공공기관이 진 빚도 정부가 보증하는 부채이기 때문에 넓은 의미의 ‘나랏빚’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주요 선진국들은 실제로 공공기관 부채를 국가 부채 계산에 넣기도 합니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 국가 부채는 작년 말 기준으로 1985조3000억원에 이릅니다. 이미 작년 GDP 1933조원을 넘어섰다는 것이죠.
외국 중에서 GDP 대비율이 높은 대표적인 나라는 미국과 일본입니다. 일본은 230%가 넘고, 미국도 130%에 이릅니다. 그런데도 일본과 미국은 괜찮아 보입니다. 반면에 베네수엘라, 그리스 같은 나라는 빚에 겨워 국가 경제가 휘청거립니다. 독일은 빚을 엄격하게 관리합니다. 왜 그런지를 4, 5면에서 공부해 봅시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