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무서운 수면부족…2시간만 덜 자도 벌어지는 일 [최지원의 사이언스 톡(talk)]

입력 2021-09-10 10:19
수정 2021-09-10 11:14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주요 대기업의 약 70%가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재택근무 기간이 늘어나며 불규칙한 생활에 익숙해지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 한 시장조사기업의 조사에 따르면 수면의 질에 대한 질문에 대해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의 47%가 ‘늘 잠 잘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현대인들에게 수면 부족은 일상적인 일처럼 느껴지지만, 하루에 2시간만 적게 자도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폴란드 야기에우워대 연구진은 23명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10일간 수면 부족이 지속될 경우 이전의 상태로 회복되는 데 7일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플로스원’ 9월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참여자들에게 4일간은 평소처럼 자게 하고, 10일간은 평소 수면 시간의 70%에 해당하는 시간만 자도록 했다. 참여자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37분으로, 수면을 70%로 제한한 조건에서는 평균적으로 5시간18분 잠들었다. 10일간 약 2시간 잠을 덜 잔 것이다. 수면 시간을 단 2시간 줄였지만 그 여파는 컸다.

연구진은 액티그래피 기계를 사용해 평소처럼 잘 때의 상태로 회복되는 시간을 측정했다. 액티그래피는 신체의 움직임을 측정하고 기록해 수면 상태를 확인하는 기계다. 수면장애를 판단할 때 사용된다. 측정 결과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려면 최소한 7일이 필요했다.

또 수면 부족 기간동안 인지 기능을 측정할 수 있는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여러 질문에 대한 답변의 정확도가 이전에 비해 유의미하게 떨어졌다. 응답을 하는 데 걸리는 반응 시간은 늘었다. 이런 변화는 7일간의 회복 기간을 거치자 사라졌다.

하지만 감각적, 인지적 자극에 대한 뇌의 반응을 분석하는 ERP 검사를 수행하자 7일이 지나도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연구진은 “집중력 저하, 인지도 하락 등 만성 수면 부족 상태에 의한 신경생리학적 변화는 예상보다 훨씬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속적인 수면 부족은 비만 고혈압 심장질환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일관된 결과도 여럿 있다. 일본 나고야대 연구진은 일본 통신 회사에 근무하는 4794명의 4년간 건강 검진 자료를 토대로 수면 시간과 고혈압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속적인 수면 장애는 고혈압 발생률을 유의미하게 증가시켰다.

이후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연구진은 8757명의 비고혈압군과 1만1863명의 비심혈관계 질환군의 수면과 유병율을 6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2008년 발표했다. 그 결과 수면 부족은 고혈압 위험률과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률 모두 증가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연구팀이 수면장애 중증도가 높을수록 고혈압은 1.47배, 허혈성심질환은 1.43배 가량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2015년 발표했다.

이런 연구 결과들을 근거로 미국심장협회(AHA)는 2016년 "짧은 수면 시간은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 비만 등의 질환을 유발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최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