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도 비난한 MBC '올림픽 중계 참사', 방심위 '행정지도'

입력 2021-09-10 07:45
수정 2021-09-10 07:46


2020 도쿄올림픽 중계 과정에서 물의를 빚는 MBC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행정지도인 '권고'를 결정했지만,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방심위는 9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도쿄올림픽 중계 과정에서 부적절한 자료사진과 자막 등으로 논란이 됐던 MBC에 '권고'를 의결했다. 행정지도인 권고는 방송사 재허가 심사 감점 요인이 되지 않는다.

방심위 결정이 알려진 후 일각에서는 올림픽 참가국을 비하하고, 국제적인 비난 반응까지 나왔던 방송에 대해 "솜방망이 제재가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MBC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중개회식 중계에서도 참가국을 비하하거나 사실과 다른 설명을 내보내 방심위가 법정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는 점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했는데, 징계 수위는 가벼워졌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MBC는 지난 7월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식을 생중계하면서 우크라이나 대표 이미지로 체르노빌 사진을 선택하고, 엘살바도르에는 비트코인 사진, 아이티에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설명과 함께 내전 사진을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선수단이 입장할 땐 마약의 재료가 되는 양귀비를 운반하는 이미지를 쓰고, 미셜 군도 소개로는 '한 때 미국의 핵실험장'이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몇몇 국가에 대해서는 조롱 의도가 보이는 백신 접종률 등을 설명에 추가하기도 했다.

MBC 측은 결국 방송 말미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선을 넘은 중계는 SNS를 중심으로 각 국가에 소개됐고, 외신에서도 보도되면서 그야말로 국제 망신을 당했다. 결국 MBC는 재차 사과문을 배포하고, MBC 박성제 사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더욱이 MBC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방송에서도 같은 문제로 지적을 받았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당시 MBC는 유럽 국가인 벨라루스를 아프리카 국가로 표기했고, 가나를 소개하는 자막에 '예수가 처음으로 기적을 행한 곳'이라고 자막으로 적었다. 예수가 처음으로 기적을 행한 곳은 이스라엘의 갈릴리 마을이다.

뿐만 아니라 키리바시를 '지구온난화로 섬이 가라앉고 있음', 영국령 버진 제도를 '구글 창업자 결혼식 장소' 등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방심위 위원들은 도쿄올림픽 중계방송 논란 이후 MBC가 진상조사를 거쳐 관계자 징계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한 점을 감안해 다수의견으로 행정지도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불거지기도 했다.

여당 추천 이광복, 정민영, 윤성옥 위원은 MBC의 개회식 중계 화면이 방송 심의 규정을 위반했다고 봤지만, 적극적인 후속 조치를 노력했다는 점을 감안했다.

반면 야당 추천 이상휘 위원은 법정 제재 '경고'를 주장하면서 "의도의 문제가 아니라 결과의 문제"라며 "왜 사장이 나와 사과를 하고, 관계자를 문책했겠나. MBC는 사안의 중대성과 어떤 매를 맞아야 하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제재 수위가 '권고'로 결정된 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항의성 퇴장을 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