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이 ‘꼬북칩’ 이후 내놓는 신제품마다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침체된 스낵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새로운 맛과 식감을 개발하기 위한 집착에 가까운 노력이 연이은 히트 상품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리온은 신제품 ‘마켓오 오징어톡’이 출시 10주 만에 누적 판매량 180만 개를 돌파했다고 9일 밝혔다. 1분에 17개씩 팔린 셈이다. 누적 판매액은 20억원에 달한다. 오리온이 지난 6월 선보인 ‘고추칩’(사진)도 두 달여 만에 판매량 100만 개를 넘어섰다. 두 제품은 주요 유통망에 제대로 입점도 하지 않은 상태지만 입소문을 타고 높은 판매량을 기록해 주목된다.
스낵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는 게 그동안 식품업계의 정설이었다. 새로운 과자를 내놓기가 어렵고, 출산율 저하 등의 영향으로 수요도 계속 줄어들고 있어서다. 실제로 오리온을 제외한 다른 제과업체들은 기존 과자의 맛에 변화를 주거나 이종 산업과의 컬래버레이션(협업) 방식으로 신제품의 명맥을 이어가는 실정이다. 반면 오리온은 달랐다. 지금까지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제품, ‘Only Orion(오직 오리온)’ 제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스낵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식감을 개발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국내 최초의 네 겹 스낵 ‘꼬북칩’과 국내 감자칩 중 가장 얇은 0.8㎜ 두께의 ‘콰삭칩’이 나온 배경이다.
이번에 고추칩을 내놓을 때도 튀김의 식감을 과자로 구현하기 위해 2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했다. 김성률 오리온 스낵개발팀 선임연구원은 “감자칩처럼 단순히 바삭하기만 해선 튀김의 맛이 살지 않는다”며 “바삭하면서도 묵직한 맛을 내기 위해 감자와 옥수수를 배합하는 테스트만 수천 번을 거친 끝에야 진짜 튀김과 비슷한 식감을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맛을 찾기 위해 연구원들은 전국으로 ‘맛 순회’를 떠나기도 했다. 고추튀김맛 스낵에 도전할 땐 서울 망원동과 신사동 등에 있는 고추튀김 맛집 탐방뿐 아니라 지방에 있는 유명 전집에서 택배로 고추튀김을 주문해 먹어 보고 맛을 분석했다.
다른 제과업체들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스낵시장의 타깃으로 설정하는 것과 달리 오리온은 3040세대 이상 중장년층도 공략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홈술’ 문화가 확산되면서 집에서 맥주와 함께 가볍게 안주로 즐길 수 있는 스낵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