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글로벌데이터 전문기업 엡실론 글로벌커뮤니케이션을 17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3월 구현모 KT 대표가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나온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사례다. KT의 디지털전환(DX) 역량에다 전문기업의 인프라를 더해 2025년 100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인 세계 글로벌데이터 시장을 정조준한다는 계획이다. 엡실론, 런던·뉴욕에 데이터센터
9일 KT는 엡실론 지분 100%를 1억4500만달러(약 17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말레이시아 쿠옥그룹과 지난 8일 체결했다고 밝혔다. 대신증권의 자회사인 대신프라이빗에쿼티(대신PE)와 공동투자 형식으로 지분을 인수한다. KT는 엡실론의 경영권을 갖고, 대신PE는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다. 양사 간 지분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엡실론은 글로벌데이터 서비스 전문 기업이다. 글로벌데이터는 국내외 기업·기관과 해외 통신기업이 보안을 유지한 채 국경을 초월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각종 정보기술(IT) 플랫폼과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기업 해외 지사 등이 내부망에 접속해 전산이나 업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세부 지역별로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해외에 설치한 통신시설인 해외분기국사(PoP), 해저케이블을 비롯해 해외 인프라 기반 국제전용회선 등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쓰이는 시스템이다. 데이터센터, 이더넷, 가상사설망(VPN) 등도 포함된다.
엡실론은 기업 본사와 각국 해외 지점을 연결해주는 통신 서비스, 클라우드 연결 서비스 등이 주요 사업 분야다. 세계 20개국 41개 도시에 PoP 260곳 이상을 두고 있다. 영국 런던, 미국 뉴욕, 싱가포르에는 각각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주문형(온디맨드) 통신 서비스 플랫폼 인피니도 운영한다. “아시아 넘어 美·유럽 등으로 확장”KT는 이번 인수를 바탕으로 글로벌데이터 사업을 대폭 확장한다. 엡실론을 글로벌데이터 사업 확장을 위한 ‘볼트온 전략’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볼트온 전략은 유사 기업을 인수합병해 규모의 경제를 이룬다는 뜻이다. KT의 정보통신기술, 세일즈 역량과 국내 기업 간 거래(B2B) 고객사 기반에 엡실론의 세계 네트워크 영업 거점, 기술력을 더해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해저케이블을 통해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운영한 글로벌데이터 사업을 유럽과 미국 등으로 넓힌다. 유럽·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과 아시아 지역에 진출한 해외 기업도 새 고객사로 확보할 길이 트였다. 데이터센터 간 연결(DCI), 이종 클라우드 간 연동 등 서비스도 고도화한다. 엡실론 인수로 확보한 각종 인프라와 서비스는 KT의 인공지능(AI) 서비스 ‘기가지니’와 로봇 서비스 등 DX 사업에도 결합한다.
KT는 글로벌데이터 산업 세계 시장이 작년 72조원에서 2025년까지 100조원 규모로 약 40%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현모 대표는 “그간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본사와 해외 지사 간 데이터를 연결하려면 VPN이나 별도 사설망을 이용해야 해 보안성이 떨어지고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등 많은 불편을 겪었다”며 “KT는 세계 곳곳에 서비스 거점을 보유한 엡실론을 인수해 글로벌데이터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KT를 글로벌데이터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아시아 최고 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